‘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애초 미군이 재판권 이양 거부 최종시한인 오는 8월21일에 임박해서야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미군은 허를 찔렀다. 미군이 예상과 달리 발빠르게 나온 데는 지난 5일 검찰의 수사발표와 법무부의 ‘공무중 재판권 이양 거부’ 논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지난 5일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운전병과 관제병 사이의 통신 장애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못박았다. 검찰은 “운전병과 관제병 등 미군 10명을 상대로 조사했고, 미군이 비교적 조사에 성실히 임했으며 검찰도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사고 운전병과 관제병은 3시간밖에 조사하지 못한 채 나머지는 미군범죄수사대(CID) 조사기록에 의존했다. “미군 차량이 과속운행을 일삼았다”는 사고현장 주민들의 증언을 무시했고, 현장검증도 실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 발표는 △사고차량 속도 △운전병 최대 가시거리 지점 △교행수칙 위반 여부 등 쟁점 의혹을 전혀 풀지 못했다. 범대위는 다음날 의정부지청 앞에서 ‘검찰 규탄대회’를 열고 “검찰이 미군에 면죄부를 줬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같은 날 저녁 는 초판신문에서 “미군이 일본에서 공무중 사건에 대해 재판권을 넘긴 전례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전례가 있다는 사실은 여중생 압사사건에 대한 미군의 재판권 거부 명분을 약화시켰다. 일본에선 공무중 사건에 대해서도 재판권을 넘겨줬는데, 한국에선 왜 넘겨주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발빠르게 해명하고 나선 것은 미군이 아니라 한국 법무부였다. 법무부는 이날 밤, “일본에서 미군이 재판권을 넘긴 사건은 미군이 일본인 여성을 장난삼아 총을 쏘아 숨지게 한 고의적인 사건이므로 미군이 재판권을 포기한 사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간단체(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가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운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평화위원회’의 도움으로 어렵게 입수한 내용을 우리 정부가 가볍게 일축하며 미군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선 것이다. 범대위쪽에선 “한국의 법무부가 주한미군의 공보실이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나무라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가 밉다던가.
더욱이 법무부 해명과는 달리 당시 주일미군은 “공무중 사건이었다”고 줄곧 주장하다가 일본 국민의 반미 시위가 거세지자 “미·일 관계를 고려해” 재판권을 넘긴 것이지, 애초부터 공무중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해 재판권을 넘긴 것은 아니었다. 사실 관계를 따져도 법무부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범대위 관계자는 “법무부가 논리를 제공하고 검찰이 방어벽을 쳐주자, 미군은 서둘러 재판권 이양 거부를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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