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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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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무술을 배우고 익히며…

등록 2002-01-08 00:00 수정 2020-05-02 04:22

이숭연(11·소림사 무술학교 2년)군의 꿈은 최고의 소림무술 고수가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무협배우 이연걸과 석소령이 그의 우상이다.

지난해 6월 열린 중국 소림사 무술학교 주최 무술대회에선 소년규정권과 소년규정도 두 종목에서 수백명 참가자 중 각각 5등과 8등을 했다. 그때 받은 두개의 상장에 힘입어 지난해 9월엔 소림사 무술학교의 정규 학생이 됐다.

숭연이가 소림무술을 배우기 시작한 건 1999년 8살 때였다. 울산에서 대금연주자 이용범(43)씨의 첫째로 태어난 숭연이는 어려서부터 소문난 말썽꾸러기였다. 초등학교 입학 뒤론 학교 최고의 장난대장으로 ‘악명’(?)이 높았다. 동생 충연이를 때리는 일이 취미다시피 했고, 수학이며 국어며 꼴찌 근방을 맴돌았다. 급식시간 장난치다 주변의 의자들을 몽땅 쓰러뜨리고 나선 아버지에게서 “정신이 이상해진 것 아니냐”는 진지한 걱정까지 들어야 했다.

그런 숭연이에게 중국행을 권한 이는 아버지 이용범씨와 의형제를 맺은 ‘삼촌’이었다. 베이징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던 그는 “숭연이가 학과 공부엔 흥미가 없어도 운동신경은 남다르니 무술을 배우게 하는 게 좋겠다”며 가족을 설득했다. 아버지 이씨는 “겨울마다 감기와 폐렴으로 시달리는 약한 체질도 고칠 겸 무술을 시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고 돌이켰다.

중국에 온 뒤 숭연이는 소림무술의 달인 왕쑹 스님을 사부로 베이징과 소림사를 오가며 수련했다. 다리를 찢고, 엉덩이를 맞는 매운 훈련 가운데서도 차츰 소림무술에 흥미를 더해갔다. 엄마, 아빠를 보고싶은 마음에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중국어 선생님 샤오 ‘이모’의 자상한 보살핌 속에 중국생활에도 잘 적응해나갔다. 어머니 정혜선(38)씨는 “말썽만 부리던 아이가 무술공부를 하면서 참 어른스러워졌다”며 “그래도 가끔씩 ‘새우깡’이 너무 먹고 싶다고 할 때는 마음이 짠하다”고 말했다.

숭연이는 최근 무술수련을 통해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아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호미 펴냄, 02-3141-8294, 6천원)라는 책으로 펴냈다. 아버지가 숭연이를 처음 떠나보내며 용기를 복돋워주기 위해 “책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숭연이는 오는 4월께 왕쑹 사부와 함께 한국에 들어와 소림무술 시범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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