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의 홈페이지 문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나이토 세이추 시마네대학 명예교수
▣ 아타니(일본)=글·사진 황자혜 전문위원 jahyeh@hanmail.net
“국익에 반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을 바꿀 순 없다.”
등을 쓴 나이토 세이추(79) 시마네대학 명예교수는 일본 내 대표적 독도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허점을 지적하는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지난 7월18일 가나가와현 아타니의 유가와라에서 나이토 교수를 1시간 남짓 만났다.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에 올린 ‘다케시마 이해를 위한 10가지 포인트’를 공개 비판했는데.
=내용적으로 너무 수준이 낮았다. 이런 걸 정부의 공식 견해라고 내놓는다는 게 한심스러웠다.
어떤 점에서 수준이 낮다고 보나.
=전부 다 그렇다.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 어떤 중립성도 견지하지 않고 있다. 사료도 제대로 보지 않았고, 그나마 봤더라도 정확히 보지 않았다. 일본에 해가 되는 내용은 감추고 있다. 일본에 유리한 것만 썼다는 얘기다.
숨겼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이를테면 메이지 10년(1877)에 다조칸이 ‘다케시마 외 1도는 일본과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것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에서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고, 일본에서도 공개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외무성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니 뻔뻔하고 이상하달 수밖에. ‘1905년 다케시마의 합법적 영토 편입을 재확인했다’는 대목도 있는데, 에도시대부터 적어도 두 차례에 걸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으니 ‘재확인’이란 말은 어폐가 있다. ‘재확인’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이 성립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주장한 게다. 영토 편입 때도 ‘무주지 선점’이라는 국제법 이론을 적용하고 있다. 주인 없는 토지를 먼저 점령했다는 건데, 과연 무주지였나? 아니다. 한국이 점유하고 있었고, 실제 한국의 영토라는 증거도 있다.
외무성이 사료 검증도 부실히 한 ‘10가지 포인트’를 일본어는 물론 한국어·중국어로까지 서비스하는 이유가 뭘까?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임을 세계 각국에 알리려는 게다. 또 외무성은 미국의 지지를 얻었다는 내용을 일관되게 반복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를 지지한다, 그러니 우리가 정당하다, 뭐 이런 논리다. 정작 미국이 다케시마를 일본 영토라고 본 것은 한국전쟁 때다. 냉전이 격화하기 시작하면서 다케시마를 레이더 기지나 기상관측 기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미 점령군 사령부 외교고문이 미 국무성에 보고했다. 이듬해부터 일본은 재무장을 시작했고. 반면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의 부실함도 문제다. 구구절절이 말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지만, 일본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내용을 채울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10가지 포인트’가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란 주장의 근거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그렇다. 사실 처음 나왔을 땐 큰 반향이 없었다. 일부 언론에서 조그맣게 다뤘다. 하지만 곧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국 쪽에서 누군가 이런 변화를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선진8개국(G8) 회의 직전 이명박 대통령이 후쿠다 총리를 만나서 가능하면 이를 전면화하지 말고 억제해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후쿠다 총리는 당연히 애매모호한 답변밖에 하지 않았을 게다. 그걸 이 대통령은 ‘내 말을 접수했구나’ 하고 인식한 것은 아닐까?
후지오카 새역모 회장은 일본 정부의 ‘외교적 배려’를 되레 질타하던데.
=후지오카 회장은 독도 문제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다. 아울러 새역모에는 시마네현 고문을 맡고 있는 시모조 마사오라는 연구자 외에 독도 전문가가 전무하다.
일본인으로서 독도 문제에 관해 소신을 지키기 쉽지 않았을 텐데.
=학자적 양심이 중요하다. 학자는 역사적 사실 앞에서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 한다. 역사적 사실은 국익에 반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독도 문제는 사실 학자로서 조금만 살펴보면 (일본 쪽 주장에) 문제가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왜 독도 영유권에 집착한다고 보나.
=흠…. 사실 좀 단순한 이유부터 얘기한다면, 자존심 때문일 게다. 옛날부터 그렇게 주장해왔는데 지금 와서 그게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거다.
한겨레 인기기사
러시아 이주노동자 “전쟁 피해서 온 한국이 더 전쟁터네요”
수도권 ‘첫눈’ 옵니다…수요일 전국 최대 15㎝ 쌓일 듯
이재명 무죄, 법원 “아는 것 확인하는 통상적 증언 요청, 위증요구 아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임기만료 전역...임성근 무보직 전역 수순
[영상] ‘8동훈’ 꺼내든 최고위, 한동훈과 정면충돌…“당 대표 흔들기냐”
새가 먹는 몰캉한 ‘젤리 열매’…전쟁도 멈추게 한 이 식물
[단독] 사도광산 추도식 2주 전 부랴부랴 피해자에 연락한 윤정부
위기의 이재명, 한숨 돌렸다…민주당 대여투쟁 고삐 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안 ‘원칙적’ 승인
세계 5번째 긴 ‘해저터널 특수’ 극과 극…보령 ‘북적’, 태안 ‘썰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