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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투표소로 촛불 번질까

등록 2008-07-29 00:00 수정 2020-05-03 04:25

7월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 앞두고 ‘리틀 MB’ 공정택 vs ‘촛불 후보’ 주경복 대결구도

▣ 이태희 기자hermes@hani.co.kr

‘리틀 MB 공정택 후보와 촛불 후보 주경복 후보의 양자 대결.’

7월30일 있을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이명박 대통령 지지층과 촛불 지지층의 대결 구도다. 중반의 판세는 촛불 지지층의 우세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7월24일 발표한 정기여론조사(7월22일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교육감에 적합한 후보로 주경복 후보가 20.1%, 공정택 후보가 11.8%를 얻었다. 그 뒤를 김성동(10.6%)·박장옥(7.6%)·이인규(2.1%)·이영만(1.4%) 후보가 이었다.

가 7월21일 조사한 결과에서는 주경복 후보가 17.5%, 공정택 후보가 14.5%, 이인규 후보가 6.4%로 나타난 바 있다. 이 조사에서는 적극투표층에서는 주경복 후보(28.5%)와 공정택 후보(18.8%)의 차이가 10%포인트가량으로 더 벌어졌다. ‘꼭 투표하겠다’는 적극투표층의 의사가 실제 당락을 더 좌우한다.

주부층이 MB 교육정책도 반대할까

한귀영 KSOI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투표율이 30% 이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낮은 투표율의 선거에서는 지지층 결집이 승부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의 여론조사에서는 ‘꼭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38.4%, ‘아마 투표할 것’이란 응답이 22.0%였다. 한 전문위원은 “주 후보 지지층은 ‘이명박 반대’라는 명분 아래 결집되고 있는 반면, 공 후보 지지층은 이명박 후보의 낮은 지지율로 투표장으로 갈 동력이 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SOI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층에서는 주경복 후보가 1위였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층에선 공정택 후보가 1위였다.

주경복 후보의 승리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주경복 후보 쪽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정택 후보와 우리의 판세를 55 대 45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앞으로의 변수는 ‘아줌마 투표율’과 보수 언론의 보수 후보 단일화 압력”이라고 말했다.

먼저 이번 촛불집회의 가장 큰 동력이 됐던 30~40대 주부층이 교육 문제에서도 이명박식 정책에 반대하는 선택을 할지 여부다. 이 전문가는 “먹을거리 안전이라는 문제에서는 주저없었던 주부들이 교육 문제에서는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0~40대 주부들은 초·중등 학생 자녀를 둔, 주된 교육 소비자층이다.

보수 언론들의 후보 단일화 압력도 만만찮다. 는 7월25일치에서 ‘보수 후보 단일화 가시화’라는 제목으로 보수 단체들의 공정택 후보 지지가 이어진다는 뉴스를 전했다. 도 이날 ‘비전교조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촉구 범보수 기자회견’이란 제목으로 단일화를 촉구하는 보수층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보수 후보 전체 득표율은 25.5( 조사)~31.4(KSOI 조사)%에 이르기 때문에 주경복 후보를 앞선다.

이 구도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실종 상태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자체가 정당 추천을 배제한 선거이기는 하지만, 여당과 제1야당이 현재 그만큼 정치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쏟아지는 현안 때문에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서울시당에 모두 맡겨놓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제외되는 것이 우리로서도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공 후보가 이기면 본전이지만, 지면 지지율 하락 등의 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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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에서 실종된 한나라당과 민주당

최규식 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정당이 배제된 선거에 민주당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며 “지난주 월요일(7월14일)부로 일부 선거캠프에 참여하던 모든 당직자들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어정쩡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 서울시당 소속 당직자 일부와 전·현직 서울시 의원들 상당수가 공정택 후보를 공공연히 도왔다. 공 후보가 호남 출신(전북 남원)인데다,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인연’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은 초반에 이인규 후보를 비공식적으로 지지하기로 했다가, 이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3위로 내려앉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주경복 후보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공동 후보에 가깝기 때문이다. 주경복 후보 선거본부의 구성원들을 보면 시민사회 출신들을 주축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당직자 출신, 그리고 민주당 출신 일부가 결합해 있다. 그러나 교육전문가와 선거전문가들의 결합이 잘되지 않고, 정파 간의 이견이 있어 내부에서 진통이 크다고 한다. 이런 구도 때문에 주경복 후보 주변에서는 “잘되면 촛불 덕, 안 되면 선본(선거본부) 탓”이란 말이 나온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결과는 강경 드라이브로 돌아선 이명박 정부의 성공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7월24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5차 회의에서 “앞으로 목소리는 낮추고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겠다”고 말했다. 20%대의 낮은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웬만한 반대에 부닥치더라도 ‘집토끼’(보수층)의 결집을 위한 정책을 계속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보수층 결집을 위한 정책으로는 공기업 민영화와 세금 감면, 과감한 언론정책 등이 손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주경복 후보가 승리하면 9월 정기국회는 본격적인 보혁 대결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촛불 지지층은 촛불시위를 계속해야 한다는 강경파 30%와, 촛불은 중단해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는 반대한다는 온건파 30~40%로 나타난다”며 “주경복 후보가 승리할 경우는 촛불시위를 계속해야 한다는 강경파가 힘을 얻으면서 촛불의 세력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9월 정기국회에서 공중파 방송과 신문, 포털에 대한 언론정책과 공기업 민영화 정책부터 교육·의료 등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의 ‘개혁입법’을 내놓을 예정이다. 촛불 지지층들은 이에 반대해 무력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대신 광장에서 투쟁하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공 후보 이기면 ‘강경 드라이브’ 탄력

물론, 공정택 후보가 이길 경우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명박 대통령은 전통적 지지층 회복을 위한 강경 드라이브를 선택했다”며 “공 후보가 이길 경우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자신의 정책에 대한 지지 회복으로 해석하고 강경 드라이브가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경우 촛불은 자중지란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의 한 당직자는 “공정택 후보의 승리, 주경복 후보의 패배는 이른바 반이명박 세력 전체가 아무런 전략이 없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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