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여개 통장 기록 추적 결과… 30억원 이명박 후보가 대표였던 LKe뱅크의 자본금으로
▣ 특별취재팀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이명박 후보의 큰형과 처남이 대주주인 다스(옛 대부기공)가 BBK투자자문에 투자한 190억원 중 상당액이 이 후보가 2000~2001년에 만든 금융회사들의 자본금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금액은 이명박 후보가 대표이사로 있던 LKe뱅크 자본금 60억원 중 절반(30억원)과, 이 후보의 최측근인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뱅크(EBK)증권중개의 자본금 전액(100억원)이다.
출처는 다스의 투자금 자료 정리분
다스는 BBK에 모두 190억원을 투자했다. 이 돈의 흐름은 다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지방법원에 제출한 계좌 입출금 기록을 역추적해 찾아낼 수 있었다. 다스는 미국 연방정부가 압류한 김경준씨의 재산이 바로 다스의 투자금이란 논리를 펴기 위해 이 자료들을 정리해 제출했다. 의뢰를 받은 회계법인 ‘엔젤앤드엔젤’(Engel&Engel)은 이 후보와 LKe뱅크 공동대표를 지낸 김경준(전 BBK 대표)씨와 그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찰스슈왑과 UCB(United Commercial Bank) 등의 미국과 스위스 금융기관에 마프(MAF)와 AM파파스 등 자신들이 만든 법인들 명의로 만든 70개의 해외 통장과, BBK와 LKe뱅크 그리고 옵셔널벤처스 등의 명의로 만든 통장 140여 개의 계좌 기록을 모두 추적해 정리했다. 정리된 이 내용은 A4용지 300장 분량에 달했다.
“다스가 BBK에 투자한 190억원은 모두 BBK와 LKe뱅크, 그리고 e뱅크증권중개를 만드는 데 들어갔다”는 김경준씨의 지난 8월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그 계좌의 정리 내용을 역추적한 결과, 김경준씨 말의 많은 부분이 맞아떨어진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이를 계좌를 오가는 돈의 움직임으로 설명하자면 매우 복잡하다. 다스 쪽의 의뢰로 이 계좌들을 검토한 회계법인 ‘마거릿 킨 앤드 코’는 검토의견서에서 “전형적인 돈세탁 거래의 움직임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화해 볼 필요가 있다. LKe뱅크로 들어간 다스의 투자금 30억원은, BBK의 하나은행 →삼성증권 →신한은행 계좌를 거쳐 LKe뱅크의 계좌로 넘어간다. 다스 돈이 들어올 때마다 이 과정은 반복된다. LKe뱅크의 계좌로 넘어간 돈은 대여금(lend to LKe뱅크)이라고 되어 있지만, 김경준씨가 LKe뱅크의 자본금을 납입한 것으로 처리됐다.
다스는 BBK가 운영하는 ‘마프(MAF)펀드’에 투자하라고 이 돈을 맡겼다. 그런데 왜 다스의 투자금 30억원이 LKe뱅크로 계좌로 넘어갔을까? 이는 BBK를 운영하고 있던 김경준씨가 처음부터 다스의 돈을 다른 곳에 쓰려는 의도가 있었거나, 다스의 투자가 처음부터 목적이 달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다스가 12월에 투자한 돈은 마프(MAF)펀드에 들어간다. 그러나 마프(MAF)펀드는 돈 흐름의 ‘중개지’였을 뿐, 그 돈은 세탁 과정을 거쳐 한국으로 되돌아온다.
다스의 외환은행 계좌에서 12월에 BBK의 하나은행 계좌로 넘어간 돈은 모두 90억원이다. 이 돈은 삼성증권의 각기 다른 머니마켓펀드(MMF)로 분산된다. 이 돈은 다시 하나은행의 BBK 계좌로 모였다가, LG투자증권 ADR 계좌를 거쳐 BBK가 운영하던 마프(MAF)펀드로 들어간다. 마프(MAF)펀드에 들어간 돈들은 자산운용이 되는 것이 아니라,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미국의 증권사 찰스슈왑에 개설한 AM파파스 계좌로 옮아간다. 에리카 김은 이 돈을 다시 LKe뱅크의 외환은행 계좌로 보낸다. 이 돈의 목적지는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의 계좌였다.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가 대주주로 있던 LKe뱅크의 지분을 사는 대가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는 이때 받은 50억원 중 35억원을 e뱅크증권중개의 설립 자본금으로 낸다. 김경준씨 역시 이 중에서 30억원을 떼내 자본금으로 낸 것으로 되어 있다.
다스 몰래 만든 구조일 가능성도
이렇게 되면, 다스는 LKe뱅크의 지분 50%와 e뱅크증권중개의 자본금 65%를 조달하는 자금의 창구가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경준씨의 소송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담당하고 있는 심원섭 변호사는 와의 통화에서 “다스가 모든 계열사들을 사실상 소유하게 되는 지주회사가 되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심 변호사는 또한 “관계법상 BBK와 같은 투자자문회사와 투자일임계약을 맺을 경우는 그 회사의 계좌에 돈을 직접 넣어서는 안 되고, 해당 증권사의 계좌에 돈을 넣어야 하는데, 다스는 BBK의 계좌에 직접 돈을 넣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법을 검토해본 결과 30억원 이하는 투자자문회사의 계좌에 직접 넣을 수 있다. 그러나 다스는 모든 돈을 BBK의 하나은행 계좌에 직접 넣었고, 30억원이 넘는 50억원(10월10일)과 80억원(12월28일)을 넣은 적도 있다.
다스는 투자금이 옮겨간 결과로만 보면, LKe뱅크와 e뱅크증권중개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들 회사를 ‘차명 소유’하고 있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경준씨가 지난해 4월 두 차례의 증인심문(deposition)에서 “이명박씨는 e뱅크증권중개를 포함해 자신이 구상한 법인들을 만들기 위해 다스에서 돈을 빼려고 했다. 다스의 돈은 그 법인들의 자본금으로 쓰였다. 이명박씨는 다스에서 나온 돈으로 자신의 금융왕국을 만들려고 했다”고 밝혔다는 사실도 에 의해 확인됐다.
다스가 BBK에 투자한 돈의 성격에 대해서도, 김경준씨 쪽은 ‘투자금’이었다고 하고, 다스는 ‘투자일임계약에 의해 관리를 위탁한 돈’이었다고 주장한다. 김경준씨가 내세우는 내용과 이런 돈의 흐름은 일치한다.
물론, 이런 모든 흐름은 김경준씨가 이명박 후보와 다스 몰래, 누나인 에리카 김과 짜고 만든 구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BBK의 계좌를 보면, 처음부터 같은 돈을, 은행과 증권 계좌만 바꿔가면서 계속 이체했다가 되넘겨주는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처음부터 BBK가 건강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해도 현대그룹의 최고경영자를 20년 가까이 지냈고, 현대종합금융의 부회장까지 지낸 최측근인 김백준씨를 옆에 둔, 이명박 후보가 30대 초·중반의 남매에게 ‘금융사기를 당했다’는 것은 ‘치욕’에 가까운 일이다.
LKe와 BBK 사이 계약서가 흐름의 시작
이 상황에서 가 입수한 LKe뱅크와 BBK 사이의 ‘단기대여금 대차계약서’를 보면 사정이 확 달라진다. 여기에는 이명박 후보가 LKe뱅크의 대표이사 자격으로, 김경준 BBK투자자문 대표이사와 양쪽이 연 12%의 이자로, 각 60억원의 대여금과 차입금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계약이 체결돼 있다. 계약이 이뤄진 날도 2000년 2월16일로, LKe뱅크의 설립일(2월18일)보다 이틀이나 앞서 이뤄진 계약이다. 또한 동시에 입수된 BBK의 이사회 의사록을 봐도, LKe뱅크와 같은 계약을 맺는다는 안건을 심의하고 결의했다고 되어 있다.
BBK가 30억원을 LKe뱅크에 빌려준 것은 이 계약에 근거하는 것으로, 계약 당사자였던 이 후보가 몰랐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시 LKe뱅크는 주식의 99.9%를 이명박 후보가 보유한 회사였다.
또한 계좌에 나와 있는 LKe뱅크와 BBK 사이에 오가는 끊임없는 돈의 흐름이 바로 이 계약에서 비롯된다고 한다면, 이명박 후보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순에 한국으로 송환될 김경준씨는 가장 먼저 자신이 각종 법정 기록에서 주장한 “이명박씨의 금융왕국”의 진위 여부부터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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