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기독교인으로서 교회 재정 투명화 운동 해온 최호윤 회계사 </font>
▣ 글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최호윤(43) 회계사가 종교인 납세 문제에 관심을 가진 건 1989년 공인회계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초기부터였다. 그 자신 기독교인이기도 한 최 회계사는 “성직자 납세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고, (자진해서) 세금을 냈다는 성직자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은 그런 정도였다”고 했다.
삼일회계법인, 외국계 기업을 거쳐 지금의 제일회계법인에 자리를 잡는 동안 ‘본업 외의 영역’은 점점 넓어졌다.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농아인 단체, 한국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 운동 단체) 같은 봉사단체들에 힘을 보탰고, 2003년부터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에 참여하고 있다. 기윤실에서 분리 독립해나온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으로 성직자 납세와 교회 재정 투명화 운동의 실무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최 회계사는 “사회가 바뀌려면 기득권 싸움이 아니라, 비영리 시민단체들이 굳건하게 일어서야 하며, (전문가들이 나서)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에 140만원이면 어차피 면제 대상
<font color="#216B9C"> 종교인에게 세금을 제대로 물리지 않는 관행은 어디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는가.</font>
= 종교인들이 소득세를 내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에 대해 별문제 없는 것으로 여겨왔다. 내든 안 내든 국세청이 가타부타 얘기를 하지 않으니, 무언의 ‘관습법’으로 익숙해졌던 것이다. 실정법과 상충되는 부분이다. 또 하나가 국민의 관점과 종교적 관점으로 보는 두 가지 시각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국민 관점에선 일을 하고 돈을 받으면 나라 구성원으로서 세금에 관련될 수밖에 없다. 반면 종교적 관점에선 (성직자의 일은) ‘근로’가 아니어서 근로소득세를 물릴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font color="#216B9C"> 어디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font>
= 근로냐 아니냐로 보면 해결할 수 없다. 그렇게 볼 문제가 아니다. 종교인들도 어떤 형태로든 소득을 얻고 있으니, 소득세 내지는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포괄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 종교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우리는 어렵다’ ‘받는 게 얼마 없다’고 하는데, 한 달에 140만~150만원 정도 받으면 어차피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제 대상이다. 국민들은 적게 받는지 어떤지 (실상을) 알려달라는 거다. 실제 100만, 150만원 받는다고 신고해놓으면 아무도 왈가왈부하지 않을 것이다. 신고조차 안 하니까 반감을 사는 거다. 그런 점에서 ‘종교인 납세 문제’라기보다 ‘종교인 소득신고 운동’이란 게 더 바람직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일반 기업과 달리 (종교단체를 비롯한) 비영리 단체는 국세청에 (수입과 지출을) 신고하든 않든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 (신고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 방치돼온 것이다. 종교인들이 사회에 봉사하는 입장이라면, 의무가 없어도 소득을 신고하고 먼저 나서 세금을 내는 게 맞다.
<font color="#216B9C"> 종교인들이 소득을 신고해도 믿지 못하는 면이 있는 것 아닐까. </font>
= 그래서 종교법인들이 기부금뿐 아니라 결산을 공개해야 한다. 기부금에 대해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데, 이 혜택과 관련된 비영리 법인들의 수입·지출 내역을 인터넷 같은 곳에서 일반인들이 보게 공개하자는 거다. 그래야 재정이 투명해지고 신뢰를 얻게 된다.
정부보다 먼저 나서 풀어야
<font color="#216B9C"> 종교인에게 과세하지 않는 게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왔고, 또 종교인들 스스로 나서 하는 것도 당장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어디서부터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고 보는가. </font>
= 모양새로는 종교기관들이 먼저 (나서 스스로) 푸는 게 제일 좋다. 그럴 때 국민의 반감도 없을 거고…. ‘스스로 정화하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분명 시간은 걸릴 거다. 정부 쪽에서 먼저 나서면 반발이 생긴다. 사학법 개정 때처럼 ‘종교 탄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밖에서 얘기하기 전에 (종교계) 내부에서 고치려 노력하는 쪽으로 가는 게 제일 좋다. 그렇게 되면 교인들도 바뀌고, 법 이전에 사회적인 요청 때문에 변화할 수밖에 없다. 분명 그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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