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에 외홍 겹친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 겪는 민주노동당…김 원장 인터뷰가 제공한 빌미는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을까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북한 공작원 접촉 의혹 사건에 대해 궁금한….” 채 말을 잇기도 전에 수화기 건너편의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그렇게 부르지 마라. 국가보안법 위반 의혹 사건으로 불러달라”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 최고위원은 최기영 당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 중앙위원 등 전·현직 당직자 두 명이 연루된 이번 사건의 대책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외부의 시선에 극도로 예민했다. 2000년 1월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간간이 내부의 위기들은 있었으나 이번처럼 내홍에 외홍이 겹친 적은 없었다. 북핵을 둘러싼 당의 입장 정리를 놓고 불거진 분란을 간신히 봉합한 마당에 전·현직 당직자들이 ‘간첩 의혹 사건’에 연루된 탓이다. 10월25일 실시된 인천 남동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배진교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은 못 됐지만 18.5%의 득표율로 열린우리당을 제치고 2등을 한 것에 고무돼 있는 상황에서 터진 날벼락이었다.
“생사람 간첩 만든 김승규를 구속하라!”
당은 10월26일 전·현직 당 간부들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을 때 “명백한 정치 탄압”이라고 방향을 잡았다. 문성현 대표는 “노무현판 공안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곧장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항의 방문했다. 분노가 컸지만 한편으론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북핵으로 위험수위에 다다랐던 정파 간 갈등은 노선의 차이를 더욱 확실히 각인시켰지만,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봐 쉬쉬하는 편이었다. 적 앞에서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더 큰 당위가 우선했다.
공안 당국과 보수언론이 민주노동당을 정조준하면서 다행히(?) 상황이 반전됐다. 김승규 원장의 인터뷰는 당을 하나로 묶어내고 반격할 지점들을 제공했다. “생사람 간첩 만든 김승규를 구속하라! 구속하라~ 구속하라!” 11월3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 앞에서는 민주노동당 당직자 등 40여 명이 모여 ‘민주노동당 음해·탄압 중단,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집회’를 열었다. 한 목소리로 외친 구호 속엔 국정원보다 김승규란 단어가 더 자주 나왔다.
하루 앞서 민주노동당은 피의자 다섯 명의 가족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김승규 원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뜨거운 논쟁이 예상되는 부분은 국정원장으로서 공판 청구(기소) 전 구속 피고인들에 관한 피의 사실을 공표한 것과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못박은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 여부다. 홍승하 최고위원은 “재판 결과 (혐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민주노동당은 국정원의 수사 기능을 없애고 정보 수집만 하라고 강력히 주장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재판은 긴 시간이 걸린다. 기소된 뒤 재판을 통해서 무죄 또는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죄만 인정되더라도 이미 ‘간첩 정당’으로 덧칠된 빨간 페인트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자들이 간첩으로 몰릴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대비해야 한다. 어쨌든 당은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와 함께 근본적인 해결책인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러한 ‘외부 투쟁’과 함께 때가 되면 북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내부 투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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