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문제로 DJ의 거센 공격 부른 노무현 대통령…참여정부 초기 대북 특검 때부터 갈등의 씨앗은 뿌려져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직 때 못지않게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게 된 데는, 노무현 대통령이 공간을 열어준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이 10월9일 북한의 핵실험 직후 포용정책의 부분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히자, 김 전 대통령은 10일 전직 대통령 모임과 11일 전남대 강연에서 햇볕정책을 옹호하면서 미국 책임론을 거론하며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포용정책 수정과 미국 책임론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강조점의 차이 정도가 아니다.
전직 대통령 만남 이후 불만 깊어져
이를 현직과 전직의 차이로 해석하는 쪽도 있긴 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결의안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 미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야 하는 현직과 상대적으로 이런 제약에서 자유로운 전직의 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 쪽에서는 “노 대통령이 햇볕정책 계승자가 맞느냐”는 얘기를 포함해 묵은 ‘구원’까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문제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 지속 여부 등 북한 핵실험 이후의 대응방안과 관련해 정부 내에서 혼선이 빚어지자 사령탑의 문제, 즉 노 대통령의 대북 철학·신념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기도 했다.
양쪽의 냉랭한 기운은 10일 노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의 청와대 만남 이후 증폭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쪽은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진지한 조언을 구하는 자리인 줄 알고 참석했더니 구색 갖추기 차원이어서 몹시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오버’하면서 햇볕정책을 놓고 ‘DJ와 YS 설전’으로 비쳐지자 김 전 대통령은 노 대통령 쪽에 서운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햇볕정책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노 대통령과 DJ의 진지한 만남은 3년6개월 만이었는데 어색하게 끝나고 말았다.
10월9일치 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의 분당 책임론을 거론하며 시작된 DJ의 공격은 청와대 ‘만남’ 이후 거세졌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이 11일 아침 이뤄진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전화통화 사실을 간단히 전한 데 반해, 김 전 대통령은 직접 대화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평소 DJ의 신중한 품성에 비춰 측근들도 놀랄 정도로 이례적이었다. DJ가 밝힌 “대북 포용정책이 무슨 죄인가”라는 항변은, 포용정책의 전면 폐기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을 향한 목소리만은 아니었다. 부분적인 기조 변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참여정부에 대한 견제구 성격도 짙었다.
2007년 권력 재편기, 연대를 요구받다
사실 대북 문제에 관한 갈등의 씨앗은 참여정부 초기에 뿌려졌다. 노 대통령은 “DJ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인수하겠다”며 호남 유권자의 강한 지지를 받아 2002년 민주당 경선을 통과했고 그해 말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대북송금 문제는 부채 중에서도 악성부채였다. 노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한 데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부터 한나라당과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데에 따른 부담도 있었지만 남북관계에 대해 제대로 ‘인수’받지 못한 불만도 있었다. 뭘 알아야 덮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결국 남북관계도 투명해져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대북송금 특검은 진행됐고 DJ는 자신의 수족이 처벌받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햇볕정책, 포용정책은 평화번영정책이라는 새 옷을 입었지만 생명력이 길지 못했다.
‘낡은 정치 청산’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웠던 노 대통령에게 또 다른 악성부채는 지역주의였다. 지역주의의 피해자이건, 또 다른 수혜자이건 간에 DJ는 노 대통령이 타파하고 싶어했던 ‘3김식’ 정치의 한 축이었고 이는 또 하나의 갈등의 뇌관이 됐다. 2005년 안기부 X파일 수사의 피해자는 모두 국민의 정부 시절 사람들이었다. 차츰 멀어져 현재에 이른 두 사람은, 2007년 권력 재편기를 앞두고 연대를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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