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에서 선거 금품매수까지, 민주노동당 이미지 갉아먹는 악재들… 이영순 의원의 재산신고 누락 의혹은 국가청렴위 거쳐 검찰수사 도마에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7월25일 새벽 3시 제주시 이도2동 대한생명 앞에서는 음주 뺑소니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현역 국회의원 보좌관인 강아무개씨가 혈중 알콜농도 0.207%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 2명을 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운전자는 민주노동당 현역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밝혀졌다.
‘당의 자정능력 부재’ 지적당하기도
최근 민주노동당 소속 인사들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잇달아 터지고 있다. 뺑소니 사고는 그야말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사건들이 생기는 게 진짜 문제다. 기성 보수정당에서 터졌더라도 ‘대형사고’에 해당하는 사건들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서 비일비재하는 것은 당의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하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5·31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건네는 현장이 수사기관에 적발된 일은 충격이었다.
거창군 의원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후보 김아무개씨의 선거운동원 2명이 지난 5월17일 새벽 유권자들에게 돈을 돌리다 현장에서 검찰에 적발된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역 주민들에게 돌릴 용도로 운동원들에게 500만원을 건넸고, 검찰은 이 가운데 현금 270만원을 압수했다. 민주노동당은 즉각 김씨와 운동원 2명을 당적 제명 조처하고 후보 등록도 취소했지만, 당은 치명상을 입었다. 중앙당에서는 “진보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일벌백계’를 외쳤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도덕성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데는 당내 자정 능력의 부재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내부의 문제제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가 외부에 알려진 경우로는 이영순 의원과 김창현 민주노동당 전 사무총장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부부 사이인 이 의원과 김 전 사무총장은 1998년 7월부터 2002년 6월까지 번갈아가며 울산 동구청장을 역임했다. 김 전 총장이 영남위원회 사건으로 구속된 뒤 치러진 선거에서 아내인 김 의원이 당선된 것이다. 문제는 두 사람이 재직할 당시 부부 소유의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학원 건물이 지어졌고, 학원 앞에 소방도로가 건설됐다는 것. “세 번에 걸친 공사를 통해 학원 건물과 대로변이 통하게 됨으로써 부당한 시세차익을 취했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순위에 해당하지 않는 도로를 개통하기 위해 예산을 전용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이는 이 의원의 뒤를 이어 구청장을 맡은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었다. 같은 민주노동당 소속이면서 행정처리 절차를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전·현직 구청장이 당 내부에서 도덕성 문제로 정면 대결하는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이 사건은 고위 공직을 이용해 부당한 사적 이익을 취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됐다.
이 전 구청장의 주장에 대해 이 의원은 “소방도로 계획과 도로개설 순서는 이미 오래전에 계획됐던 것이어서 구청장이라는 공직을 이용한 별도의 정보 취득이나 영향력 행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노동당 당기위원회(이하 당기위)는 이 전 구청장에게는 ‘경고’를, 이 의원에게는 ‘공개 사과’를 결정했다. 당기위는 “구청장의 권한으로 행해지는 각종 사업과 관련해 그 사업의 혜택을 입는 토지를 매수하는 행위와 공공사업인 도로공사가 진행되는 기간을 이용해 사적인 학원 운영을 위한 건물을 신축하는 행위는 법률을 위반한 것은 아니어도 민주노동당 공직자에게는 허용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영순 의원 부부, 명의신탁 한 것인가
당기위의 결정 뒤 이 문제와 관련해 공개토론회를 요구하다 1년 이상 토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전 구청장은 이 문제를 국가청렴위원회(이하 청렴위)에 신고하게 된다. 지난 7월7일 고발된 이 사건은 현재 대검찰청을 거쳐 울산지검에 가 있다. 신고 내용을 검토한 청렴위 문규상 심사본부장은 “신고 내용 중 일부가 의혹 사항인 것으로 판단돼 대검찰청에 ‘기관 송부’ 처리했다”면서 “혐의가 있으면 수사해보라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애초 신고된 도로개설 관련 부당이득 취득 여부와 관련해서는 부패방지법 제정(2001년 7월24일) 이전의 일이라서 시효가 지나 우리가 처리할 대상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송부한 의혹 사항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라고 덧붙였다.
청렴위가 신고 내용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의혹 사항으로 지목하는 것은 이 의원의 재산신고 누락과 학원 건물과 땅에 대한 명의신탁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학원 건물과 건물이 들어서 있는 땅은 이 의원의 재산신고에서 빠져 있다. 이 이 땅과 학원 건물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건물과 땅은 지난 총선 직후인 2004년 4월18일 ㄱ씨에게 모두 매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의 당선이 확정된 3일 뒤였다. 청렴위가 ‘명의신탁’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대목이다. 부동산 명의신탁 행위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이 의원의 남편인 김 전 사무총장은 8월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혹 사항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먼저 구청장 재직 기간 동안의 도로 개설 관련 부당이득 취득 여부에 대해서는 “이미 당기위의 조사 결과로 결론이 나 있는 상태”라며 “그 일을 겪으면서 많이 배웠으며 이해충돌 회피 노력이라는 말도 그때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노동당의 윤리강령에 공직자의 이해충돌 회피 노력에 관해 규정돼 있지만, 규정이 생긴 것이 2004년 이후이기 때문에 이 사건에 적용하려면 소급 적용이 된다”면서 “그렇지만 우리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 (당기위 결정을) 인정하고 경종을 울리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학원 건물과 땅의 매매와 관련해 그는 “(매수자) ㄱ씨는 15년 전부터 학원 사업을 같이 해온 공동운영자이자 동지 같은 분이고, 크고 작은 투자도 함께해왔기 때문에 사실 학원이 그분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의 관계”라면서 “그러나 매매는 계약서를 작성한 정식 매매였다”고 말했다. 또 “학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퇴직금, 은행 빚과 사채 등을 포함해 학원에 걸려 있는 부채가 많아 실제로 오간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근저당권은 10억원 설정, 매매가는 7억원?
“매매가를 공개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7억6천만원”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이 가운데 실제로 현금으로 받아 나온 돈은 9천만원에 불과하다”며 “지금도 처분을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15년 동안 활동을 해올 수 있도록 한 물질적 기반 구실을 한 학원이어서 (이렇게 다시 문제가 제기되는 현실에) 기분이 안 좋다”고 덧붙였다.
그의 해명에도 당시 매매가가 적정한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기자가 학원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해당 부동산에 대해 각각 5억2천만원과 5억7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근저당권 설정액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서 매매가 이뤄졌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뒤 최초의 재산 공개였던 2004년 7월28일 재산 공개에서 7100만원으로 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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