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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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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고 시킨 적 없다”

등록 2006-07-14 00:00 수정 2020-05-03 04:24

국기경례 거부로 중징계 위기에 처한 부천 상동고 이용석 교사 인터뷰…“개인적으로 안 한다고 했을 뿐… 교사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관점 보여줘야”

▣ 부천=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용석 교사의 모습은 다소 의외였다. 이 교사는 청바지에 검은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평화주의자라기보다는 어설픈 폭주족 같은 생김새.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또렷했다. 2개월차 채식주의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를 7월5일 부천 상동고 운동장 구석에서 만났다.

이용석 교사는 인터뷰에서 “국기 경례는 개인 신념의 문제로 경기도교육청의 징계 방침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학교 교실은 외모지상주의, 국가주의 등 우리 사회가 주는 무차별적인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 다른 의견도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어야 한다”며 나름의 교육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맹세) 거부 피해자를 다룬 592호를 읽고 공감했다는 그는 2006년 한국 사회에서 다시 그 주인공이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교사는 7월13일 징계위에서 파면·해임·정직 등 중징계 통고를 기다리고 있다. 6년차 교사인 그는 3학년 국어과의 심화과정인 독서 과목을 가르친다.

전체주의 폭력 고민하다 시작

평소에도 국기에 대한 경례(맹세)를 하지 않는가.

교사들은 매주 월요일 8시30분이면 교무회의 시작 전에 국기 경례를 해야 한다. 예전부터 손을 가슴에 올리는 데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국기 경례를 하지 않고 있다. 다른 학교에 있을 때 국기 경례를 하지 않는 동료들을 본 적도 있고. 처음엔 일어나지 않고 그냥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동료들이 권유해 지난해부터는 자리에서 일어나 분위기를 맞췄다.

지금까지 국기 경례를 거부했다가 국가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기독교인이었다. 일반인으론 처음인 것 같은데, 왜 국기 경례를 하지 않나.

전교조 운동을 하면서 전체주의의 폭력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수가 따르면 무조건 옳은 것인가? 내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 없을까? 아이들에 대한 두발 단속, 체벌, 뭐 그런 고민들이었다. 그러다가 내 일상 속에 배어 있는 국기 경례를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경례를 안 하기로 결심했고,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두 달 전부터 채식도 시작했다. 저항할 수 없는 존재(동물)에 대한 폭력을 성찰하면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지 찾아봤다.

학부모들은 당신이 아이들에게 국기 경례를 하지 않도록 하고, 군대에 가지 말라고 선동했다고 주장한다.

매 학기 첫 수업 시간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차이는 차별이 아니다’라는 주제였다. 차별은 그 자체가 폭력이며, 그러한 폭력이 우리에게 내면화된다는 내용이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군대 문화는 그 사례로 이야기했다. 맹세문에는 ‘조국과 민족’이라는 표현만 있고 개인과 사회적 약자를 중요시하는 내용이 없어서 전체주의적 성격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개인적으로 국기 경례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시킨 적은 없다. 군대 문제도 마찬가지다. 군대가 가지고 있는 폭력적 성질을 이야기하면서 복종이 내면화되는 측면을 설명했다. 그러한 폭력적 군대라면 가지 않는 것이 좋고, 가더라도 폭력적 성질이 내면화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정도는 신문에도 나온다. 폭력이 내면화된 군대는 당연히 바뀌어야 하고, 선택의 문제가 돼야 한다.

미숙한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소수자로 살라고 가르치는 건 아닌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는 개인적인 생각이란 걸 전제하고 시작한다. 말할 때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고…. 사실 주의 깊게 듣는 학생도 몇 안 된다. (웃음) 무엇보다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다. 모두 자신의 판단 준거를 갖고 있다. 아이들이 내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 한다고 생각하면 고3을 무시하는 것이다. 더욱이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무차별적인 이데올로기 공세에 노출돼 있다. 외모지상주의, 국가주의, 학벌주의…. 교실에서라도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 밖에도 경기도교육청은 당신이 “이순신 장군은 조작된 위인이라며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편향된 가치관 교육을 했다”는 징계 사유를 들고 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다른 역사적 해석도 가능하고, 그를 무장으로 바라보고 숭상하는 것이 자칫 폭력의 당위성을 내면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여러 매체들이 조직폭력배들의 의리와 남성다움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청소년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폭력에 대한 당위성을 내면화하고 있다. 어떤 폭력도 용납되지 않는 평화주의적 관점을 가져야 하고, 끊임없이 내면화되는 폭력의 경향성을 찾아내 부정하자는 이야기를 하던 중 잠깐 언급한 것이다.

앞으로도 국기 경례 하지 않을 것

지난 황우석 사태 때 ‘황빠’ 네티즌의 상당수가 청소년이었다. 연이은 월드컵으로 국가주의의 위험성이 경고되고 있기도 하고. 학교 현장에서 바라본 아이들은 어떤가.

월드컵이 아이들의 국가주의적 성향을 강화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통제에 저항한다. 차라리 경쟁이 점차 내면화되고 있다는 게 맞을 것이다. 내 것, 우리 편을 정하고 무조건 싸워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때 토고를 응원하는 아이를 본 적이 있나?

경기도교육청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나.

국기 경례를 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신념이자 철학의 문제다. 그리고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수업시간에 말할 수 있다. 오히려 다양한 논리 전개와 창의적 사고를 위해 사회적 현안을 이야기하는 것은 현 입시제도 속에서도 당연한 것 아닌가? 지금 아이들은 이런 문제를 생각해볼 틈도 없이 논술이나 면접조차도 학원에서 암기식으로 공부하고 있다. 그래도 “선생님, 힘내세요!” 하고 격려해주는 아이들이 있다. 앞으로도 나는 국기 경례를 하지 않을 것이다.



교사가 학부모 진정서 대필

교장 지시로 부장교사가… 금지된 사설 모의고사도 몰래 실시

부천 상동고 부장교사가 교장의 지시로 이용석 교사의 징계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진정서를 대필해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의 취재 과정 중 사실로 확인돼, 학교와 학부모가 함께 껄끄러운 전교조 교사를 몰아내려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교조 부천중등지회는 7월5일 “상동고 신아무개 교무부장이 이 교사의 징계를 요구하는 학부모 진정서를 쓰다가 전교조 소속 교사에 의해 발각됐다”고 주장했다. 전교조가 공개한 이 진정서에는 “(학부모의 민원 때문에) 담당 장학사가 현장지도를 온 뒤에도 이 교사가 국기 경례를 하지 않고 있다”며 법적인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김장석 상동고 교장은 진정서 대필 사실을 인정했다. 김 교장은 “오아무개 학부모회 대표가 이 교사를 고발하겠다고 해서 대신 교육감에게 보내는 편지를 띄우자고 했다”며 “오 대표가 초안을 잡아달라고 했고 내가 교무부장에게 (대필을) 지시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 교장은 “그 일이 있은 뒤 문서는 도교육청에 보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아무개 학부모회 대표도 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필 사실을 인정하면서 “(교사는) 학부모가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며 “(대필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교장은 사설 모의고사를 몰래 실시하려 했던 잘못도 인정했다. 그는 “3학년 부장교사가 사설 모의고사를 추진한다고 해서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일렀다”며 “그 뒤 이 교사가 반대해 모의고사를 취소했고, 나는 도교육청에 실시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001년부터 사교육비 경감과 리베이트 관행 등 파행적 학교 운영을 막기 위해 사설 모의고사를 금지하고 있다. 대신 고등학교들은 교육청이 시행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용석 교사 징계를 일사천리로 추진한 경기도교육청은 상동고의 이런 부적절한 행위에는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경기도교육청 권선우 장학관은 “사설 모의고사 건은 조사하지 못했고, 진정서 대필 건은 조사나 감사를 요청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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