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반체제 운동의 역사에서 ‘신좌파’ 운동으로 분류되는 문혁… 구좌파 4인방이 설계했으나 나중엔 구좌파를 적으로 삼는 형국으로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중국 문화대혁명(이하 문혁)은 나중에 가서 마오쩌둥의 통제를 벗어나 폭력과 무질서로 치달으면서 무정부적 형태로 전개됐다. 수백만 명이 도시에서 지방으로 강제 이주된 다음 고된 노동으로 혹사당했고, 문혁이 10년여간 중국을 황폐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많다. 그러나 문혁이 단지 ‘희망이 꺾인 청년·학생들의 광기의 분출’에 그쳤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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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은 ‘광기의 분출’에 불과했던가
문혁은 전세계 반체제 운동의 역사에서 ‘신좌파’ 운동으로 분류된다. 문혁은 파리·로마·프라하·뉴욕·도쿄 등 전세계 곳곳을 한꺼번에 휩쓸었던 ‘68년 운동’의 흐름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68운동은 ‘낡은 것’에 대한 격렬한 항의이자, ‘아버지 세대’에 대한 부정이자, 전통적인 ‘구좌파’ 세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였다. 68운동의 한 줄기로서 문혁은 주로 기존 공산당의 관료주의·권위주의적 권력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런 점에서 문혁은 구좌파 반체제 운동세력과 확연히 구분된다. 당시 전세계의 수많은 좌파들은 중국 문혁에 흥분하고 열광했다.
많은 나라에서 미국의 베트남 전쟁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호찌민의 사진뿐만 아니라 마오쩌둥의 사진을 들고 다녔다. ‘붉은 소책자’에 실린 마오쩌둥 사상은 제3세계 해방운동의 실천 지침으로 제시됐고, 마오주의가 급속히 확산됐다. 문혁이 ‘신좌파의 반란’을 상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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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처음에 문혁은 ‘구좌파’로 분류할 수 있는 마오쩌둥 지지파(4인방)에 의해 설계됐고, ‘주자파’ 색출이란 명분이 제기됐다. 그러나 문혁은 곧 ‘구좌파’를 주된 적으로 삼고 이에 대항한 운동으로 전개됐다. 이전의 구좌파 운동은 공식적인 당과 노동조합 등 ‘중앙집권화된 지도’를 따랐다. 그러나 신좌파는 “옛 반체제 운동세력은 이미 낡았다”고 불만을 제기하면서, 자신들을 속박하고 억압하는 중앙집권화된 관료주의 세력(당·국가·대학)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구좌파는 나약하고 부패하고 무능하고 오만하다!” 문혁과 68혁명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반체제 운동세력은 서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정당이나 소비에트·중국·동유럽의 공산당 모두 ‘무능한 구좌파’로 낙인찍었다. 이들 전통적 반체제 좌파세력이 처음에 내건 슬로건과 달리 진정으로 소외된 하위 계층(소수민족·여성 등)의 이해에 ‘태만’했고, 이런 하위 계층의 문제들을 하찮게 보는 ‘오만함’을 저질렀다는 비판이었다. 사실 이전의 전통적 좌파운동은 정당과 국가권력을 중심으로 한 반체제 운동이었다. 그러나 ‘구좌파’ 현실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정당은 모두 민족주의·국가주의의 길을 걸으면서 자신들이 ‘중심’이 되려고 했다. “진보는 오지 않고, 국가는 비대해지고, 사회주의는 사라지고 민족주의만 남았다”는 비판에 직면해 구좌파는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공산당에 의해 억눌린 대중이 당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고, 당의 관료적 권위에 대한 광범위한 저항 물결이 ‘신좌파 운동’의 형태로 일어난 것이다.
젊은이 중심의 ‘비정규적 좌파 운동’
같은 맥락에서 문혁은 ‘공산당 관료들의 독재’에 대한 공격이자 이전의 관료제적 조직을 강화·유지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온갖 시도에 맞선 반란이었다. 젊은 홍위병 조직 일부는 사회 체제에 대한 반기를 들고 인민대중의 삶과 직결되는 의문들을 제기했고, 후난성의 어느 학생 홍위병 그룹은 “새로운 관료 부르주아지의 지배”를 성토하기도 했다. 문혁은 당이 대중을 지도하는 것에 대한 거부를 넘어, 종국에는 “대중이 당을 뚫고 나가버리는” 형국에까지 치달았다. 이처럼 문혁은 ‘당’으로 대표되는 구좌파의 전통적인 권위에 대한 도전이자 반란이었다. 사실 문혁과 68혁명 폭발을 낳은 진앙지는 베트남 전쟁이었다. 베트남 전쟁은 자본집약적 전쟁이 노동집약적 전쟁에 패배한 일대 사건으로, 전쟁을 거치면서 좌파에서든 우파에서든 권위주의적 지배 방식은 위기에 봉착했다. 그동안 지배하던 이데올로기적 합의도 찢겼다. 이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비정규적 좌파 운동’이 등장해 문혁과 68혁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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