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중동 지역 원유가 동네 주유소로 오는데 걸리는 기간은 두달 남짓…물류센터·저장탱크가 중간기착지, 국내 이동 수단은 송유관과 탱크로리</font>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사막의 유전에서 퍼올려진 석유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는 멀고 긴 운송과 정제, 운반 과정을 거친다.
SK(주) 반포주유소에서 팔리고 있는 휘발유를 예로 들어보자. 그 첫 번째 단계는 원유를 배에 실어 국내로 들여오는 일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 원유가 대부분(70%)이지만, 아프리카나 유럽에서 사오는 원유도 있다. SK의 경우 계열인 SK해운에 주로 운송을 맡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거쳐 울산까지 한 달
중동산 원유가 호르무즈해협(걸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을 통과한 뒤 망망대해를 건너 울산 고사동에 있는 SK 정유공장의 저장탱크에 입고되기까지 걸리는 시일은 대략 한 달. 이 때 뱃삯은 거리, 시장 상황에 따라 배럴당 3달러에서 20달러 안팎으로 들쑥날쑥 편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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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울산공장에 비축되는 원유는 하루 평균 200만 배럴(1배럴=158.9ℓ)에 이른다. 원유는 저장탱크에 길게는 한 달, 짧게는 보름가량 머무른 뒤 정제시설을 통해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완제품으로 탈바꿈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석유제품은 종류별로 나뉘어 저장됐다가 배나 송유관을 통해 각 지역 물류센터(기름 저장하는 저유소)로 옮겨진다. SK 반포주유소로 오는 석유제품의 중간 기착지는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에 있는 서울물류센터. SK는 서울물류센터를 비롯해 전국 15곳에 직영 저유소를 두고 있다. 울산공장과 이곳 서울물류센터 사이 지하에는 대한송유관공사에서 운영·관리하는 ‘남북송유관’이 개설돼 기름을 실어나르고 있다.
SK와 에쓰오일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남북송유관의 총길이는 453㎞에 이르며, 지하 2m 깊이로 묻혀 있다. 송유관은 울산 출발 지점에선 지름 22인치(1인치=2.5㎝) 굵기인데 서울로 올수록 차츰 가늘어져 서울물류센터에 이르면 18인치로 작아진다. 대전, 대구 등 중간중간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것을 감안해 이런 구조로 설계했다고 한다. 100기압으로 가압된 상태로 울산에서 출발한 휘발유 등 석유제품은 4~5일 걸려 서울물류센터에 도착한다. 평균 시속 4km 수준으로, 어른 걸음걸이 속도다. 이상현 SK 서울물류센터 부장은 “속도가 너무 빠르면 슬러지(종류가 다른 기름 제품이 뒤섞인 것)가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남북송유관은 1998년 개설됐으며, 그 이전에는 미군이 1974년 개설한 송유관으로 기름을 실어날랐다. 미군 송유관은 대한송유관공사의 송유관 개설에 맞춰 폐쇄됐다. SK는 선박을 이용해 인천저유소로 석유제품을 보낸 뒤 탱크로리(유조차)로 각 지역 주유소로 실어나르는 길도 아울러 활용한다. 남북송유관과 선박으로 실어나르는 분량은 5 대 5로 비슷한데, 남북송유관을 통하는 분량이 차츰 많아지고 있다. 교통체증으로 탱크로리로 실어나르는 물류비가 비싸지고 있기 때문이다.
슬러지 따로 모아뒀다가 다시 정제
서울물류센터에 도착한 석유제품은 종류별로 나뉘어 저장탱크에 담기기 전 두 단계를 거친다. 기름 양을 재는 ‘카운팅’과 제품별로 ‘분류’하는 작업이다. 카운팅은 만일에 있을 계기판의 고장을 감안해 1개 송유관을 작은 세 다발로 나눠 세 군데서 동시에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 곳 중 한 군데만 점검해도 전체 유량을 파악할 수 있다. 카운팅을 거친 기름은 분류시설로 옮겨져 휘발유, 등유, 경유로 나뉜다. SK 서울물류센터에 가봤더니 세 가지 유종으로 나뉜 기름은 다섯 다발로 된 작은 관을 통해 저장시설로 옮겨지도록 설계돼 있었다. 저유소에서 생겨난 슬러지는 따로 모아뒀다가 울산공장으로 되돌려보내 다시 정제한다.
제품별로 분류된 석유제품은 탱크로리에 실려 반포주유소를 비롯한 각 지역의 주유소들로 옮겨져 기나긴 여정을 마친다. 유전에서 주유소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일은 대략 두 달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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