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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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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선두권 연구 지켜나가자

등록 2006-04-19 00:00 수정 2020-05-02 04:24

난치병 정복과 고부가가치 산업 패러다임인 줄기세포 연구 계속돼야 마땅… 배양·유지 관리와 분양 기준이 확립되면 대부분 문제점 해결할 수 있어

▣ 김계성 한양대 교수·생식생물학

난치 질환의 치료 가능성으로 인류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는 인간 배아 줄기세포가 태어난 지 벌써 9년째다. 이처럼 배아 줄기세포가 우리를 흥분하게 하는 것은 이 세포의 고유 특성인 무한 자가증식 능력과 다양한 세포로 분화 가능한 전분화능 때문이다. 인간 배아 줄기세포는 인류의 염원인 난치 질환 정복과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의 패러다임으로서 전세계적인 관심의 중심에 놓여 있다.

기초연구 재료로서 가능성 더욱 부각

많은 종류의 인간 난치 질환이 세포의 노화로 인한 퇴행이나 기능 상실에서 비롯되기에 줄기세포와 같은 근원으로부터 분화된 기능세포로 퇴행된 세포를 대체해 질병의 근원을 치료하겠다는 개념은 현대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또한 인류를 괴롭히는 수많은 유전 질환과 암 등 난치 질환의 발생 원인과 기전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인체로부터 유래한 연구시료가 필요한데 인간 초기 발달과 관련한 시료의 취득은 과학적 한계와 더불어 난자, 배아 및 태아 등과 관련된 생명윤리 문제 때문에 근본적으로 연구가 불가능한 사각지대였다.

여전히 배아 줄기세포는 인간 초기 발달을 흉내낼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세포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의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 발달 과정의 이상으로 생기는 많은 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기초 연구 재료로서의 가능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즉, 수많은 난치 질환의 발병 원인을 배아 줄기세포를 통해 연구하고 이로부터 병의 발생을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있는 신약과 치료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하고 배양, 유지하는 기술력은 우리나라가 세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것은 전분화능을 가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자원이 인간 발생의 잠재능력을 가진 배아라는 것이며 생명윤리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인류 발달사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해 작은 희생은 필수라는 생각도 있지만 생명윤리적 희생을 통한 가치 창출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는 생명윤리학자, 종교 전문가, 의생명과학자 그리고 시민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를 계속해나가야 한다.

이런 연구의 진행이 필연이라면 인류의 중요한 자산인 인간 배아와 배아 줄기세포를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해 인류의 안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불임치료용과 연구용 난자 기증 및 배아의 연구용 공여 과정을 치밀하면서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률적 보완이 시급하다. 고귀한 정신으로 난자 및 배아를 기증한 사람도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 되며 인류의 복지 증진을 위해 밤낮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도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과정을 주시하고 있는 국민 모두도 불안함이 없어야 한다.

배아 줄기세포 은행 필요

인간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생명윤리적·법률적 지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관리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배아 줄기세포 은행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국내외에서 연구용으로 이용되는 국내 확립 배아 줄기세포를 정도관리 차원에서 배양·유지하고 이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연구자에게 분양한다면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세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를 포함하는 의생명공학 연구 분야도 인류 복지 증진과 미래의 산업을 책임질 기대주라는 뜨거운 관심 속에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학의 미래가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빨리 우리 곁으로 오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가 모든 노력을 다해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 초기 발생의 신비와 이를 활용하는 과학기술이 모든 사회 구성원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환경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개발되기를 바랄 뿐이며 이를 위해 우리는 멈춰서는 안 된다.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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