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회 졸업생 배출하는 국내 유일 농업전문 국립대학이자 농업 CEO 사관학교…졸업생 평균 소득은 도시가구의 1.5배… 귀농 희망자 위한 단기 직업훈련 과정도
▣ 화성= 글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독수리 5형제’의 인연이 싹튼 한국농업전문학교(한농전)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터를 잡고 있다. 이 학교를 찾은 지난 12월28일은 마침 2006년 신입생의 원서 접수 마감을 하루 앞둔 때였다.
상위 15% 평균소득은 1억원 이상
입학원서 접수처에서 만난 임기무(66)씨는 조카를 입학시키려고 대신 나왔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에서 화훼 농사를 짓고 있다는 임씨는 “둘째아들이 이 학교를 졸업한 뒤 독립했는데, 올가을 꽃 농사로만 4천만원을 벌었다”며 “동생 아들한테도 농사지으라고 권해 이 학교에 원서를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7명의 일꾼을 거느리고 있으며, 한 해 외형(매출)이 32억원에 이른다”고 밝힌 뒤 “언론에선 농촌, 농업을 너무 어둡게만 그리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입학원서를 접수하는 행렬 속에는 황기환(28)씨도 끼어 있었다. 충남 서산에서 부모님과 함께 4만 평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는 황씨는 “이 학교를 졸업한 친구의 소개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보통신회사에 다니던 중 부모님 병간호를 위해 시골에 갔다가 눌러앉았습니다. 농사지은 지는 한 3년 됐고…. 올해(2005년)는 수확이 별로 안 좋았습니다. 부족함을 느껴서 더 배울 생각에 지원했습니다.”
이튿날 마감된 6개 학과(식량작물학과, 특용작물학과, 채소학과, 과수학과, 화훼학과, 축산학과) 144명을 선발하는 일반 전형에는 390명이 응시해 2.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96명을 뽑은 수시 전형의 경쟁률은 더 높아 평균 4 대 1에 이르렀고, 전통적인 인기학과인 축산과는 11 대 1이었다.
농업과 농촌은 쇠락하고 피폐해져 있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들에겐 좀 뜻밖으로 여겨질 법한데, 학교를 졸업한 이들의 진로는 어떨까?
2005년 7월 한농전이 2000년 1회부터 2005년 6회까지 전체 졸업생 1235명(여성 95명 포함, 후기 졸업 14명 제외)을 대상으로 영농 현황과 실태를 파악한 결과, 95.1%인 1174명이 영농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뒤 영농 종사 비율이 4년제 농과대학의 경우 5%, 일반 농업전문대학은 25%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농전 졸업생들이 농촌 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졸업생 농가의 연평균 소득도 비교적 높아 평균 5560만원이었다. 이는 2004년 도시가구 평균 소득의 1.5배, 전체 농가 평균의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특히 졸업생 농가의 상위 15%는 연간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영농 규모 면에서 이 학교 졸업생 농가의 경우 4.6ha로 지난해 우리나라 농가 평균(1.5ha)의 3배를 웃돌아 지역 농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7년 개교한 한농전은 3년제로, 국내에선 유일한 농업전문 국립대학이다. 농업 경영인(CEO)을 길러내기 위한 농업사관학교 개념으로 설립됐으며, 실습 위주의 ‘샌드위치 교육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1학년은 학교에서 이론 교육을, 2학년 때는 국내외 현장 실습, 3학년은 이를 바탕으로 한 창업설계 교육을 받는 방식이다.
나이 제한 없이 면접, 논술, 내신(고교 졸업자인 경우)을 통해 선발해 입학금, 수업료, 교육교재비는 전액 국비로 지원한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여기에 드는 비용 역시 무료다. 재학 중엔 2주 동안 해외 연수 기회를 주며, 우수 학생은 미국, 일본 등 농업 선진국에 파견돼 1년 동안 실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졸업생은 전문학사 학위를 받고 3년의 영농 종사로 병역을 대신하며, 2억원 범위 안에서 연3%의 영농자금을 지원받는다. 다만, 수업연한의 두 배인 6년 동안 영농에 종사하지 않으면 학비 지원금을 되갚아야 한다.
3년 영농 종사로 병역 대신
임승달 한농전 학장은 “졸업생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학교 이름을 ‘한국농업대학’으로 바꾸고 여기에 맞춰 교육 과정을 4년제(3+3+1)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미 교육부, 농림부와 협의를 끝낸 사항이다. 3+3+1제는 지금처럼 3년 정규 과정을 마치고 3년 영농에 종사한 다음 사이버, 재택교육, 농한기 집학교육 형태로 1년의 재교육(유통, 가공, 경영, 리더십 교육)을 받으면 ‘농업경영사’ 자격을 주도록 하는 것이다. 농업경영사 자격을 얻은 이들에겐 영농자금 이자율을 감면하거나 대폭 깎아주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임 학장은 밝혔다.
직장 조기 퇴직자를 중심으로 귀농 희망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한 별도의 영농교육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3개월~1년 단기 직업훈련 과정이 그것이다. 올해 30명을 뽑아 시범교육을 했으며, 내년엔 교육 대상을 25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 도시민을 대상으로 한 주말농장(3일), 농촌정착(5일~12주) 등 ‘도시민 전원농업 교육’ 과정이 마련돼 농촌, 농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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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지으려는 의지가 중요… ‘황우석 열풍’이후 농대 위기 심화
“앞으로 도시보다 농촌에 기회가 많다고 봅니다.”
임승달(57) 한국농업전문학교 학장은 “농촌은 모두 어렵다는 식의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에게 마케팅, 유통경영 마인드를 심어줌으로써 한국 농업과 농촌을 주도적으로 이끌도록 하면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에 정착하는 젊은 남성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결혼 문제”라며 “농촌관광학과, 농촌복지학과 같은 여성 선호 학과를 만들어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배우자감을 만나는 기회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 학장은 강릉대 총장 역임 뒤 안식년 휴가를 보내던 중 2004년 2월부터 파견 형식으로 한농전 학장을 맡고 있다.
한농전은 여느 농과대학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재작년 충북 농대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농대는 모두 ‘농생명학과’로 바뀌었다. 생명공학(BT)을 지향한다며 ‘농업’자를 다 빼버렸다. ‘황우석 열풍’으로 이게 더 심해졌다. 또 농업전문대는 모두 산업대로 바뀌었다. 지식 영농인을 전문적으로 키워내는 고등교육기관은 한농전뿐이다.
한농전의 농업 현장 정착률이 90%를 웃돌 정도로 높은 배경은?
=신입생을 뽑을 때 영농 기반과 영농 의지를 많이 따진다. 고향에 기반을 갖고 있는데다 농사지으려는 의지가 강한 이들이 입학을 하기 때문에 정착률이 높은 것이다. 또 학비를 면제해주는 대신 졸업 뒤 6년간 의무적으로 영농에 종사하도록 하는 조건도 정착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첫 졸업생이 나온 지 6년 만인 새해부터는 정착률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 의무영농 기간이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지만, 특별 지원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
영농 의지가 있더라도 고향에 기반이 없는 학생이라면 농업에 뜻을 두기 어려운 것 아닌가?
=농지은행제도를 통해 정부가 매입해 확보한 농지를 한농전 졸업생들한테 우선 배정해주도록 농림부에서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영농의 규모화를 꾀하기 위한 것인데, 영농 기반이 없더라도 이를 활용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다고 본다.
학교 이름을 한국농업대학으로 바꾸려는 이유는?
=학생들한테 자긍심을 주기 위한 것이다. 이름 하나로 애들 기죽일 일 없지 않겠나? 열심히 하는 이들에게 차별화된 지원을 해주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학교 이름 변경과 함께 3년제를 4년제로 바꾸면서 농업경영사 자격증을 따면 영농자금 지원에서 특별혜택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유럽에 가보면 농약을 치는 데도 자격이 필요하다. 농업, 농촌이 잘되려면 평준화 지원이 아닌 자격에 따른 차등 지원을 해야 한다.
농업, 농촌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농촌도 양극화하고 있다. 농촌 사람들은 모두 어렵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통계치는 그렇지만, 농촌 인구 중 40%는 60살 넘은 이들로 경제활동 인구가 아니다. 30~40대만 따지면 도시보다 잘산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잘되는 ‘마을’에 가보면 거기엔 희생하고 나름대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쟁력 있는 지도자가 있다. 앞으로 농업의 희망은 경쟁력 있는 후계 인력, 영농인을 키우는 데 있다. 아무리 정책이 좋고 기술력이 뛰어나도 현장에서 이를 구체화하는 사람이 없으면 실효성이 없다.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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