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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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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세계적 경쟁력 있다”

등록 2005-08-02 15:00 수정 2020-05-02 19:24

8월말 시범관광 준비 중인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의 첫 언론인터뷰
정부의 인프라 건설 지원은 ‘민족의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

▣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이르면 내년 봄까지는 누구나 백두산을 관광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하겠습니다.”

해방 60돌 8·15를 맞는 윤만준(59) 현대아산 사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의 두 어깨에는 남북한 주민들을 한 발짝 성큼 더 가깝게 묶는 금강산과 개성에 이은 백두산 관광길을 여는 막중한 과제가 안겨졌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7월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백두산 관광 허용을 약속했다. 실무책임자인 윤 사장은 해방 60돌에 맞춰 민족과 역사의 발원지이자, 민족통일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백두산 관광의 첫 물꼬를 트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통 큰 배려’를 해준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백두산 관광을 확대발전시켜 민족통합을 촉진하고, 나아가 남북한이 모두 이익을 보는 사업으로 끌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금강산과 개성을 숨가쁘게 오가는 그가 짬을 내어 <한겨레21>과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3월17일 현대아산의 새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언론 인터뷰에 응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봄부터 일반인도 관광 가능

백두산 관광 준비는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우선 8월20일께 첫 백두산 사전 답사를 다녀올 예정이다. 당장 삼지연 공항과 주변도로, 숙박시설 등 기본적으로 시급한 관광 인프라를 둘러본다. 답사 뒤 시범관광을 통해 관광 여건을 면밀히 점검하고, 일반인 관광이 최대한 빨리 현실화되도록 할 것이다. 시범관광은 이르면 8월 말에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다. 애초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와는 올해 안에 두 차례 이상 시범관광을 하기로 합의했다. 백두산 현지의 기상 조건 등을 감안해 일정을 조정할 예정이며, 일반인은 이르면 내년 봄부터 백두산 관광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한 차례 500명씩 비행기로 관광객을 실어나를 예정이다.

사전 답사가 애초 일정보다 늦어져 다른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북쪽 당국의 의지는 확고하다. 현지 삼지연 공항 활주로 공사 등을 잘 마무리한 뒤에 남쪽의 관광 답사단을 받고자 일정이 약간 늦어지고 있는 것이지, 다른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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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관광이 갖는 매력은 무엇인가.

해외의 유명 관광지를 다 다녀본 사람들도 백두산 관광을 다녀와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은 민족 정기가 오롯이 서려 있는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은 단순한 관광과 문화유적 답사 차원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다고 말한다.

숙소는 모자라지 않는가.

한 차례 500여명의 관광객을 수용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전 답사를 다녀오면 더 자세히 알겠지만 최근에 다녀온 사람의 말에 따르면 높이 1621m의 기슭에 자리잡아 백두산의 장엄함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베개봉호텔 등은 금강산호텔 못지않은 훌륭한 시설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속적인 숙박시설 투자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북한이 가장 자랑하는 또 다른 명산인 칠보산 관광도 추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북쪽 파트너와 죽 논의해왔다. 비행기를 타고 원산을 거쳐 금강산, 칠보산, 평양 등을 둘러보는 연계관광을 지난 수년 동안 구상하고 추진해왔다.

현정은 회장은 어디까지 관여하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격적으로 현대아산에 백두산 관광을 허용한 까닭은 무엇인가.

사실 백두산 관광은 고 정몽헌 회장의 유훈사업이나 다름없다. 정 회장은 일찍이 백두산 관광 개발을 구상해왔고, 2000년 9월에는 직접 백두산 현지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백두산 관광 사업은 불쑥 나온 게 아니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현정은 그룹회장을 만나 백두산 관광 사업권을 준 것도 어떻게 보면 정몽헌 회장의 과거 노력을 높게 평가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의 만남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인가.

남북경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와 신뢰라고 본다. 이번 면담은 남북경협의 실질적 선구자 격인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맥을 이어 현정은 회장이 현대의 남북경협 사업을 계승해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전하고, 이에 대한 국방위원장의 신뢰와 전폭적인 지지를 거듭 확인하는 자리였다. 따라서 이번 면담에서는 남북경협과 문화·체육 교류 사업 전반에 관해 폭넓게 논의했으며, 남북경협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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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으로 대북사업은 현 회장이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인가.

현대아산이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대북사업을 중단 없이 추진할 수 있기까지에는 누구보다 현 회장의 의지와 노력이 컸다. 이런 점만 보더라도 국방위원장이 현 회장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본다. 현 회장에게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더 자신감을 갖고 대북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현 회장이 대북사업의 큰 방향을 세우고 경우에 따라 중요한 일을 직접 챙길 것이나, 실질적인 사업 추진은 나를 포함한 현대아산의 전문경영인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앞으로도 김정일 위원장과 현대아산의 합의 사항들은 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북쪽 사람들은 한번 맺은 언약은 꼭 지킨다. 바로바로 이행하지는 못해도 마음에 새겨놓았다가 여건이 갖춰지면 약속을 반드시 이행한다. 따라서 현대아산이 2000년 8월 북쪽과 맺은 7대 경제협력 사업 등은 시간이 다소 소요되더라도 차질 없이 이행되리라 믿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현대아산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맞는 얘기다. 당장 백두산 관광사업 등도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순조롭게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관광산업은 제조업 못지않게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진형 산업이다. 그러나 초기투자 비용이 크고 자본회수 기간이 길기 때문에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백두산은 관광자원의 규모나 가치에서 볼 때, 세계 어느 상대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금강산 관광과 마찬가지로 백두산 관광 역시 남북의 상생적 번영을 위한 또 하나의 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백두산 관광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지원 없이 민간의 힘만으로 관광을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의 지원은 ‘현대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민족의 미래에 대한 투자’ 관점에서 봐달라. 백두산 관광은 현대가 북과의 오랜 협상을 통해 대가를 지급하고 합의한 사업권 중 하나이나, 정부는 물론 한국관광공사 등 관련 사업 주체와 함께 합리적으로 사업을 추진해갈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다. 뜻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백두산 관광에 참여할 수 있다.

남북경협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업

지난 3월 현대아산의 새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사내 인사와 조직을 큰 폭으로 개편하는 등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다.

남북경협 사업은 본질적으로 다른 영리사업과는 다른 숭고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 사업은 민족의 화해와 협력, 공존공영, 통일 등 높은 도덕적·윤리적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하되 일반 직원들에게도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한시도 자만하지 말고 관광객 등 고객 서비스를 끊임없이 낫게 하고, 회사 운영을 과거처럼 한두 사람의 손에 맡기지 않고 시스템을 갖춰 조직적으로 움직이도록 이끌어갈 방침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전 사업의 전반을 재점검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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