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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바람으로만 먹고 산다?

등록 2005-07-28 00:00 수정 2020-05-03 04:24

태양·풍력으로 전기 만들어 한전에 팔면 정부서 차액 보전
태양열·지열·소수력 발전도 조용히 에너지 점유율 높여가는 중

▣ 글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장마철이 끝나기를 누구보다 목빠지게 기다린 이가 허경춘씨일 것이다. 햇빛으로 전기를 만들어 파는 게 그의 주업이기 때문이다. 상업용 태양발전 사업을 하는 민간기업 1호인 경북 칠곡의 신태양에너지(주) 대표인 허씨는 7월 장마철 동안엔 하릴없이 공칠 수밖에 없었다. 장마가 걷히고 햇빛이 제대로 들면 하루 평균 800kW의 전기를 만들어낸다.

1KW에 716원, 15년 동안 보장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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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산한 전기는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한국전력공사에 판다. 판매값은 1kW에 716원이다. 이 값은 15년 동안 보장받는다. 시장 가격은 1kW에 80~100원에 지나지 않는데,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차액을 메워주는 것이다. 햇빛으로 만든 전기는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 연료에서 나온 전기와 달리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 차액보전 장치다. 여기서 말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연료전지·석탄액화가스·수소에너지 등 신에너지 3개와, 태양열·태양광·바이오디젤 등 바이오매스·풍력·소수력(小水力)·지열·해양에너지·폐기물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8개 분야를 일컫는다.

신태양에너지가 태양발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아직 1년도 채 안 돼 전반적인 사업성을 따지기는 이르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한해 대략 2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허 사장은 내다보고 있다. 섬유수출업으로 번 돈 가운데 20억원 이상을 이 사업에 쏟은 걸 감안하면 썩 좋은 형편은 아닌 셈이다. 허 사장은 “투자비 회수 기간을 대략 7~8년으로 봤는데, 초기에 시행착오와 기술 부족으로 ‘공납금’을 많이 내는 바람에 좀 길어질 것 같다”며 웃었다. 지금은 신태양에너지처럼 200kW급 설비용량을 갖추는 데 16억원 정도의 투자 비용이 든다고 한다.

허 대표의 신태양에너지는 앞으로 생산한 전기를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한전에 직접 판매할 방침이다. 올해 2월 설비용량 200kW급 이하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한전에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가 정비된 데 따른 것이다. 전력거래소를 통할 경우 연회비 150만원 등 추가 부담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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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양에너지 외에도 햇빛 전기 사업을 하는 데가 있다. 서울마린(주)은 전남 순천에 150kW급 햇빛 발전 시설을 갖춰 올 2월부터 한전에 전기를 팔고 있다. 이 밖에 소규모 민간업체들이 태양발전 사업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더러 있으며, 일반 주택에도 보급되고 있다. 미약하나마 태양발전 사업의 싹이 트고 있는 셈이다.

소규모 태양발전, 대규모 풍력발전

시민단체인 에너지대안센터(대표 이필렬)도 올 4월부터 햇빛으로 전기를 만들어 한전에 팔고 있다. 에너지대안센터는 30여명의 시민들로부터 출자금 2400여만원을 모아 서울 종로구 부암동 사무실 마당에 3kW급 태양전지판을 설치해 한달 평균 300k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4인 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신태양에너지 등 민간업체들처럼 한전에 1kW당 716원에 판매한다. 한달에 21만원씩, 연간 250만원가량의 판매실적을 거둔다고 한다. 에너지대안센터는 경기도 안성, 파주에 각각 2호(3kW급), 3호(3.84kW급) 태양발전소를 준공했으며, 곧 생산·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에너지대안센터는 학생, 농민, 주부, 대학교수 등 30여명으로부터 1억6500만원을 모아 올 6월 유한회사 ‘시민발전’(대표 박승옥)을 창립했다. 시민발전은 경기도 분당에 있는 중·고교 통합형 대안학교 ‘이우’ 옥상에 10kW급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 올 12월부터 전기를 생산·판매할 계획이다. 시민발전은 이를 통해 한해 6500만원가량의 판매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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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광희 에너지대안센터 간사는 “전기 판매로 거둔 수입은 해마다 출자자들한테 배당하게 된다”며 “연 3~6%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신중하게 계산해도 8~10년이면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차액 보전 기간 15년 가운데 마지막 5년에 나오는 판매 실적은 모두 순수익으로 잡히게 될 것이다.” 염 간사는 “그리 큰 소득은 아니지만, 생태적인 경제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태양발전 사업이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면, 풍력발전 사업은 비교적 규모가 크다.

풍력발전 시장에서 두드러진 곳은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인 유니슨이다. 유니슨 자회사인 영덕풍력발전(주)은 올 3월 1.65MW급의 풍력발전기 설치를 마치고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이는 본격적인 풍력발전 상업화의 첫 사례다. 이곳에는 24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가 연계되어 개발될 계획이다. 유니슨은 강원도 대관령, 제주 성산 일대에 풍력발전 사업을 벌일 (주)강원풍력발전, (주)제주풍력발전을 설립해 발전단지를 조성하고 있기도 하다. 한전 자회사인 남부발전은 제주도와 공동으로 한경면에 6MW, 북제주군 행원리에 10MW의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해 전기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풍력발전에서 생산한 전기는 태양발전보다 단가가 낮아 1kW당 107원으로 계산된다.

김두훈 유니슨 부사장은 “영덕풍력발전에선 연간 104억원 정도의 판매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비 회수 기간은 11년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일반 투자사업의 원금 회수 기간을 대략 5~6년으로 잡는데 그보다 훨씬 긴 셈이라고 김 부사장은 덧붙였다.

바깥으로 요란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어도 태양열, 지열, 소수력 발전도 이뤄지고 있다. 보급 폭은 태양광, 풍력보다 오히려 넓다. 태양열 발전기는 가정용, 골프장, 양어장 등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지열 발전소도 전국에 30개가량 설치돼 있으며, 최근 들어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소수력 발전은 전국 33개 시설에서 48MW가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밖에 수자원공사 주도로 시화호에 조력발전소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

전체 에너지 공급에서 아직은 2.3% 비중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이 싹을 내보이곤 있어도 아직은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지나지 않는다. 핀란드(23%), 캐나다(16%), 프랑스(7%) 등에 견줘 크게 떨어진다. 그나마 폐기물과 수력이 대부분(95.8%)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술집약형 신재생에너지인 풍력, 태양광의 비중은 0.9%로 극히 미미하다.

이는 경제성이 낮은 데서 비롯된다. 태양광, 풍력의 설비단가는 1kW당 각각 1200만원, 120만~150만원으로 유연탄 등 화력발전의 10배, 1.3배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자생적인 시장을 창출하기가 곤란한 실정이다. 정부는 발전차액 지원을 통해 일반 전력보다 1.1~13배 높은 가격을 보장해주고 있지만, 일조량·바람 등 자연 조건에 따른 가동률 제약(20% 안팎)으로 경제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곧 투자 부진으로 이어진다.

이를 두고 민간쪽에선 발전차액 지원 기준이 너무 낮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예산으로 비싼 에너지를 지원해야 하느냐는 회의론이 여기에 맞선다. 정부는 제한적이긴 하나, 신재생에너지 관련 지원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올해 책정한 관련 예산은 3200억원으로 지난해 190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화석 연료의 고갈이라는 먼 앞날을 제쳐두고라도 당장 맞닥뜨리고 있는 고유가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고민이 배어 있다. 여기에 올해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데 이어 2013년부터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경제성은 낮아도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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