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싼타페는 왜 멈춰섰는가

등록 2005-07-27 00:00 수정 2020-05-02 04:24

바이오디젤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안전성 문제
자동차 업체와 바이오디젤 업체간에 책임 공방 벌어지기도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바이오디젤은 태양열·풍력에 비해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신재생에너지다. 이처럼 바이오디젤이 급속히 ‘새로운 석유 대체에너지’로 떠오르고 있지만, 시중에 보급하는 단계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건 차량의 안전성 문제다. 바이오디젤을 사용할 경우 기존 디젤엔진과 연료 계통에 부식 같은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인데, 정부가 지난 3년간 시범 보급 과정을 거친 것도 이 때문이다. 실험실 수준의 몇몇 엔진 테스트로는 안전성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일반 차량을 대상으로 오랜 기간에 거쳐 대규모 실증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겨울철 최악의 조건에서 따져봐야”

지난 3년간의 테스트 과정에서 바이오디젤이 차량 연료로 적합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말끔히 종식된 건 아니다. 지난해에는 바이오디젤 혼합유를 주유한 차량(주로 싼타페)에서 차가 떨리고 분당 엔진 회전수(RPM)가 떨어지거나 가다가 멈춰서는 문제점이 드러나 자동차 업체와 바이오디젤 업체간에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전북대학교 오영택 교수(기계공학)는 “문제가 제기된 차량이 바이오디젤 탓인지, 차량 결함 탓인지 단정지을 만한 뚜렷한 근거는 아직 없다. 디젤 엔진 중 기존 일반 분사펌프 방식에는 바이오디젤을 써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싼타페 같은 커먼레일 엔진(연료를 연소실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을 단 차량이 최근 급속히 늘고 있는데 이런 엔진에 대한 영향 테스트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디젤의 높은 동결점도 지적된다. 순수 바이오디젤 BD100은 동결점이 -2∼-3도로 경유(-15도)보다 크게 높아 겨울철에 연료가 쉽게 얼어붙을 수 있다. 경유에 20% 정도만 섞어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 교수는 “바이오디젤 덩어리가 필터를 막아 차량이 서버리는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 있는데, 연료를 넣은 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차량에서 연료 산화 문제로 인해 그럴 가능성이 일부 나타날 수 있지만 화물차나 버스처럼 자주 쓰는 차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가야에너지 유정우 사장은 “100% 바이오디젤만 썼을 때 대두유를 사용한 바이오디젤은 -5도, 폐식용유는 0도에서 차량 필터가 막혀 차가 멈춰서기도 한다. 그러나 설탕이 물에 잘 녹듯이 바이오디젤을 경유에 잘 섞어서 쓰면 -17도까지 차량 운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기술개발을 통해 동결점 문제를 이미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유성춘 연구원(비금속재료연구팀)은 “아직 기술적 한계를 풀지 못한 상태에서 바이오디젤 보급을 서두르는 건 문제가 있다. 정부가 환경적 측면에서 바이오디젤 보급을 추진하는 데 공감하지만, 안전과 직결되는 차량 연료는 평균적인 성능이 아니라 겨울철 최악의 조건에 견딜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믿고 쓸 수 있으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고, 바이오디젤 업체나 자동차 회사가 공동으로 연구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BD5는 확실히 믿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바이오디젤 업체와 자동차 회사, 정유회사, 바이오디젤 연구자 등이 한데 모여 최근 바이오디젤 품질규격을 만들었다.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을 늘리는 건 시간을 더 갖고 검토하되, 일단 초기 보급 단계에서 “이 정도의 품질규격을 갖추면 자동차 연료로서 문제가 없다”는 기준을 합의해 만들어낸 것이다. 산자부 석유산업과쪽은 “바이오디젤 혼합 함량이 늘어날수록 차량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데 차량 성능과 안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가장 적게 섞은 BD5는 소비자들이 믿고 쓸 수 있다고 판단해 1단계로 내년 1월부터 전국 모든 주유소에서 본격적으로 팔 수 있도록 했고, 20%를 섞은 BD20은 자체적으로 차량 정비·관리가 가능한 버스나 화물트럭, 청소차량에만 사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