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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이 교육부 발등 찍을까?

등록 2004-11-25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수능 부정행위 제보 받고도 막지 못한 교육부…안병영 부총리 거취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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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이용한 수능 부정행위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전에 제보를 받고도 제대로 조처를 취하지 못한 교육부는 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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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휴대전화를 이용한 대입 수학능력시험(수능) 부정행위 사건의 파장이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로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가 수능 석달 전부터 이번 사건과 비슷한 수법의 부정행위 관련 제보를 받았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정황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8월 한 수험생에게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수능 부정행위’와 관련된 정보를 입수했다.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9월1일 정보통신부(정통부)에 시험 당일 고사장 주변 기지국의 송·수신 제한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9월13일 정통부가 ‘통신 대란이 우려된다’며 불가능하다는 답신을 보내자 교육부는 이 사실을 제보자에게 전해줬을 뿐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시험 감독 철저’ 공문만 발송

이어 지난 11월8일 교육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광주에 사는 한 수험생이 이번 사건과 똑같은 부정행위가 일어날 것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학생은 “(부정행위 제보) 내용을 거짓으로 여기는 당국자들이 있을 것 같아 이 글을 쓴다”며 “이미 재작년부터 일어났던 일이고 현 재학생들은 지난 6월에 예비연습까지 마쳤다”고 경고했다. 이 학생은 “교육부에서 (시험장에서) 아예 소지품 검사와 웃옷(두꺼운 점퍼 등)을 다 벗게 하도록 공문으로 내려 보내달라”고 호소까지 했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홈페이지에는 이보다 일주일 앞선 11월1일 광주 지역의 고교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휴대전화 수능 부정 모의’를 고발하는 글이 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때에도 각 시도 교육청에 ‘시험 감독 철저’를 당부하는 공문만 발송했을 뿐이다.

이번 광주사건 발생 이후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수능 전에 이미 교육부와 평가원, 교육청 등에 제보가 이어졌음에도 교육부가 소홀히 대응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교육부와 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수능 전에 ‘광주 대커닝, 수능 괴담’이란 글이 올라왔는데도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ID 워아이니) “이번 기회에 인적자원부가 아니라, ‘인적말살부’로 이름을 고쳐야 할 것 같다”(ID 예비학부모) 등 교육부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부정행위를 막지 못했지만, 교육부가 미리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평가원에 지시해 지난 10월29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와 정통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커닝한 것까지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다른 부처들도 협조를 외면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병영 부총리는 11월22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교육부의 예방 노력을 묻는 유기홍 의원(열린우리당)의 질의에 대해 “사실상 최선을 다했으나 예방을 하기는 참으로 어려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적극적인 의지만 있었다면 이번 부정행위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특정 공간에서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은 이미 5∼6년 전에 적은 비용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11월2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서 김석준 의원(한나라당)은 “현재 성능이 입증된 이동형 전파차단기는 1개당 50만~70만원”이라며 “시험장 3곳에 1대씩 설치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지적을 감안하면 912개 시험장, 2만6천여개 고사실에 설치되는 비용은 70억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또 수능 시험지 유형을 현행 2가지에서 4∼5가지로 늘리는 방법도 있다. 안 부총리가 이날 밝힌 부정행위자 응시금지기간(3년) 강화 조치도 수능 전에 발표했다면 예방 효과가 컸을 것이다.

교육방송 성공에 ‘올인’하다가…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주동자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주동자들에 대한 강한 처벌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분노를 일시적으로 가라앉힐지 모르겠지만, 더 근본적인 수능에 대한 불신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능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독특한 입시제도 아래서 수능에 대한 불신은 곧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수능 주무 부처인 교육부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윤덕홍 전 부총리가 지난해 수능 복수정답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안 부총리의 거취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복수정답 사태는 수능 문제 출제의 책임이 일차적으로 평가원에 있고, 평가원은 국무총리실의 감독을 받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엄밀히 말하면 윤 부총리가 책임질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윤 부총리는 “복수정답 시비에 따른 혼란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고, 청와대는 교육단체들의 반대에도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에 비해 이번 사건은 문제 출제의 잘못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수능 관리가 부실해서 발생했기 때문에 교육부 수장인 안 부총리가 인책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안 부총리는 교육부에 부정행위 제보가 접수됐을 때 그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서실 관계자는 “(안 부총리가) 제보 내용을 보고받은 뒤 교육청 등에 대책을 마련하도록 실무자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부총리의 ‘지시’는 결과적으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그 원인을 교육부의 관심이 다른 곳에 쏠려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수능에서 교육부 관료들의 관심은 (EBS)의 강의 내용이 시험에 얼마나 반영되는지에 온통 쏠려 있었다”고 말했다. 안병영 체제의 교육부가 수능 강의의 성공 여부에 ‘올인’한 탓에 결과적으로 눈앞의 ‘도둑’을 못 막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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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닝 수법도 첨단을 달린다</font>


휴대전화 말고도 PDA와 MP3, 보이스 펜, 카메라폰, 초소형 무전기 등 첨단 전자제품들이 각종 시험장에서 커닝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각종 입시정보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런 기기들을 이용한 커닝 수법을 소개하는 글들이 수능을 앞두고 대거 떠돌아다녔다.
이들 게시판에는 “PDA나 MP3에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를 저장해라” “카메라폰으로 답안지를 찍어 전송하라”는 등 네티즌들이 추천하는 부정행위 수법이 자세히 소개됐다. 필사본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엄청난 분량의 내용을 손바닥만 한 종이에 축소할 수 있는 초정밀 복사기와 손바닥보다 작지만 10여만개의 영어 단어를 담고 있는 전자사전 등 새로운 제품도 소개됐다. 수험표 뒷면에 붙일 수 있는 눈금자와 각도기가 그려진 문서 파일도 떠돌았다. 이는 수리영역 시험에서 직접 길이나 각도를 재어 그 비율을 계산해 답을 찾는 데 사용된다. 대리시험이나 깨알같이 답을 적은 쪽지 등은 이미 고전이 돼버렸다.
정보통신업계에서 개발 중인 ‘입는 컴퓨터’의 원리를 이용하면 안경에 특수 카메라 렌즈와 무선 통신 칩을 달아 시험지를 통째로 고사장 밖으로 빼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첨단 기기를 이용한 커닝 수법은 갈수록 위력을 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11월17일 수능 당일에는 고사장마다 휴대전화와 MP3 등에 대한 단속 정도가 달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강도 높은 소지품 검사를 실시한 시험장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시험장에서는 MP3를 이용해 듣기 연습을 하는 장면도 목격돼 수험생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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