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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woowoo’하는 이유

등록 2002-08-08 00:00 수정 2020-05-02 04:22

8월1일 국회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인 조우성(40)씨의 시위는 412일째였다. 무슨 얘기냐 하면, 2001년 6월16일부터 국립사범대 출신 미발령교사들이 돌아가면서 벌이는 국회와 교육부 앞 1인시위가 지난 1일로 412일째였고, 그날은 조씨의 차례였다.

강원도 홍천에서 올라온 조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용우와 함께 내리쬐는 뙤약볕에 온몸을 내맡겼다.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장승처럼 국회 정문 앞을 지켰다. 초기엔 간간이 관심을 보이던 국회의원들도 이젠 일상으로 치부하는지 일없다고 외면했다.

“뙤약볕이 힘든 게 아닙니다. 가만 서 있으면 그동안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치며 가슴을 후비지요. 맨정신으론 집에 못 갈 것 같습니다.” 조씨의 본명은 ‘우성’이 아니라 ‘광희’다. 그는 “이민갈 생각을 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겠다는 생각에 본명을 버렸다. 국가의 잘못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아들을 시위에 데리고 나왔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1983년 교사임용이 보장된 국립대 사범대에 입학한 조씨는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입대했다가 88년에 복학해 90년 2월 졸업한다. 졸업 이후 교원임용 명부에도 올랐으나 교원적체가 심해 발령이 늦어지더니 그해 10월8일 국립사범대를 졸업하면 교사로 우선임용하는 법률에 위헌판결이 내려졌다. 그 뒤 그에게 발령장은 영영 오지 않았다. 조씨처럼 교원임용 후보명부에 등재돼 발령을 기다리던 미발령교사들은 전국에 모두 1천여명. 이들은 위원회를 꾸려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조씨는 “여자 동기생들은 모두 임용이 됐고, 졸업 이후 군에 입대한 남자 동기생들도 임용이 됐으나 도중에 군에 다녀온 사람만 임용이 안 되는 등 법적용이 들쭉날쭉이다. 국가의 약속을 믿고, 국가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죄로 국가로부터 배신당했는데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겠느냐”고 반문했다. 그의 이메일 주소'woowoo012@hanmail.net’ 는 국가에 대한 야유의 뜻이란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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