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종 기자
율마, 로즈메리, 알로에, 베고니아, 골든레몬타임, 유칼립투스, 제라늄…. 햇빛이 드는 아파트 창가에 작은 화분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풀 냄새 가득한 이곳은 오하나(34)씨의 작은 정원이다.
4월23일에 만난 오씨는 “2년 전 이곳에 이사 오기 전에는 식물이 더 많았어요. 100종 정도 됐는데 이젠 50종으로 줄였어요”라고 말했다. 확장형 베란다의 아파트로 이사 온 뒤 식물 분갈이와 물주기를 하기 쉽지 않단다. 요즘에는 거실에서 잘 자라는 관엽식물 위주로 키운다.
오씨가 반려식물을 키운 건 제주도에서 서울로 온 23살 때부터다. 혼자 자취 생활을 하며 허브를 키웠다. 그가 펴낸 책에도 당시 마음을 적었다. “홀로 서울에서 타지 생활을 했을 때는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그 외로움을 덜어준 것이 바로 식물이다.”(<한 평 공간에 만드는 나만의 실내정원> 중에서)
그에게 식물은 다정한 친구이자 가족이다. 오씨는 바쁜 직장 생활로 지칠 때도 물을 주고 분갈이하는 걸 잊지 않았다. 손이 많이 갔지만 식물을 돌보는 게 좋았다. 사랑하는 만큼 더 알고 싶었다. 식물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었다. ‘허브향 가득 퀘럼네 베란다정원’ 블로그를 만들어 식물에 관한 글도 올렸다.
“처음에는 로즈메리, 라벤더, 민트 등 허브를 주로 키웠어요. 로맨틱한 느낌이 들어 꼭 키우고 싶었거든요. 스티로폼 상자에 채소도 길렀어요. 손이 많이 가니 심심할 틈이 없었죠.”
제주도가 고향인 오씨는 자연에 둘러싸여 자랐다. 식물과도 친숙하다. “어릴 때 집 마당에 채송화씨 뿌리고 푸릇푸릇 자라는 걸 보는 게 좋았어요. 화단에 알로에, 키위가 자라는 것도 봤어요.” 오씨에게 초록은 편안함과 기쁨을 주는 색깔이다. “초록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예쁘잖아요.”
오씨는 ‘초록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좋단다. “새잎이 돋아날 때 제일 뿌듯해요. 흙 없이 자라는 식물인 박쥐란은 안 자라는 듯하면서도 조금씩 자라요. 그걸 보며 ‘우리 애들 잘 자란다’라는 말이 절로 나와요.”
하지만 아끼던 반려식물이 시들고 죽을 때 가장 힘들다. “작년 겨울에 4년 키운 로즈메리가 죽었어요. 그때 자책감이 들어요. 내가 실수해 죽은 것 같아서요.”
오씨네 집에는 또 다른 반려가 살고 있다. 남편이 결혼 전부터 키우던 반려견 메이다. 남편이 바쁠 때는 그가 메이랑 산책도 한다. “메이를 키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확실히 알았어요. 저는 가만히 앉아 볼 수 있는 식물이 더 좋다는 걸요.(웃음)”
오씨는 반려식물을 키우며 관찰력이 좋아졌단다. 남편이 머리 모양 바꾼 건 몰라도 식물이 몇 센티미터 자란 건 잘 안단다. “식물은 내가 안 보면 죽으니까 더 유심히 봐요. 그러다보니 예전보다 세심해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식물에 벌레가 생겼는지, 물을 잘 흡수하는지, 잎이 갈색으로 변하지 않았는지 등 살펴야 하는 게 많다.
그런 그에게 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블로그에다 질문하곤 한다. 제일 궁금해하는 건 물 주는 횟수다. 초보자가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물을 자주 많이 주는 것이다. 과습으로 식물을 죽이는 경우가 많다. “물을 주는 게 제일 어려워요. 저도 그래요. 물 주는 횟수를 말하기 어려운 게, 그 집이 남향인지, 흙이 물을 잘 흡수하는지에 따라 다르거든요. 똑같이 물을 줘도 잘 흡수하는 애가 있는가 하면 아닌 애들도 있어요. 그러니 식물을 날마다 살펴야 해요.”
오씨는 식물을 키우며 씨앗 나눔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한다.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과 씨앗을 나눠요. 식물을 키우고 돌보는 이 기쁨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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