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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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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공공의료 강국 캐나다 의료인이 바라본 메르스 사태
등록 2015-06-30 15:30 수정 2020-05-03 04:28

“정부와 의료진 사이에 협력과 소통이 어쩌면 그렇게 잘 안 될 수 있나?”
린다 실라스(54) ‘캐나다 간호사노동조합’(CFNU) 위원장은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긴밀하게 협조하지 않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공공의료 비중(병상 수 기준)이 99%에 이르는 나라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를 겪은 뒤로는 공공성에 더해 ‘협력과 신뢰’도 강조하게 됐다. 캐나다 정부는 언제, 어디서 확진자와 의심자가 나타났고 어떻게 치료받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지난 6월19~22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간호사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실라스 위원장을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CFNU와 ‘자매 노조’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만남을 주선했다.

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

“2003년 사스 대유행 때 400여 명이 감염됐고, 간호사 2명을 포함해 40여 명이 숨졌다. 이후 간호사들이 병원을 옮겨다니며 근무하다가 전염병을 옮기는 관행이 사라졌다. 전염병 예방 매뉴얼도 만들었다.” 캐나다에서는 병원 의료노동자들의 발언권이 강하다. CFNU에 가입된 간호사는 20만 명이다. “N95 마스크 장비를 제대로 공급해주지 않으면 출근을 거부하겠다는 캠페인을 했다. 안전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의료진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근무를 거부할 법적 권리가 있다.” 이날까지 한국에서 메르스 확진자는 180명. 이 가운데 18.8%(34명)는 의사·간호사·방사선사·응급이송요원 등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방호복을 제대로 착용하지 못해 메르스에 노출된 의료진도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안전을 논의하는 테이블도 없다. 캐나다에선 신종 전염병이 발생하면,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식당 노동자까지 모든 관계자들이 모여서 감염 예방 대책을 논의한다. 캐나다 간호사는 1인당 평균 4명의 환자를 돌본다. 병실은 대부분 2인실이다. 간호사 인건비나 의료장비 구입비 등은 연방정부(20%)와 지방정부(80%)가 책임진다. 6인실·12인실과 같은 다인실이 대부분이고, 간호사 1명이 30~40명을 돌보는 한국의 의료 환경에 대해 실라스 위원장은 “아프리카 같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캐나다의 사례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의료진의 안전이 보장돼야 환자의 안전이 보장된다.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정부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뿐만 아니라 질병이 발생했을 때도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가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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