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지도 않다. 내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 시한(6월27일)을 넘기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7월4일 전원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공방이다. 그래도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희망을 품었던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공언하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와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최저임금위원회에 보낸 ‘최저임금 심의 요청’ 공문을 보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고, 향후 5년간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분배 상황이 개선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합리적 수준의 최저임금을 심의해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내세운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소득분배 조정분’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없던 새로운 사건이었다.
동결안 제시하다 겨우 50원 인상안
‘혹시나’는 그러나, ‘역시나’로 변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사용자 쪽은 동결안을 제시했다. 7년째 변함없는 일이다. 노동자 쪽이 반발하자 한발 물러서며 올해 최저임금(4860원)에서 1%(50원)를 올린 4910원을 수정안이라고 제시했다. 2012년 경제성장률(2.2%)과 물가상승률(3.3%)만 더해도 말도 안 되는 제시안이다. 월급으로 따져보면 101만5740원에서 102만6190원으로 1만450원 늘어나는 거다. 게다가 올해 통계학회가 추정한 단신 가구의 생계비(2012년 기준)는 151만원이라 최저임금 노동자는 매달 50만원씩 빚을 얻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바람대로 최저임금이 ‘소득분배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빈곤의 굴레’를 고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도 사용자 쪽은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난리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월 중소기업 499곳을 대상으로 의견을 조사한 결과 2곳 중 1곳(47.1%)이 “최저임금 ‘동결’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노동자 쪽은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의 말이다. “영세 중소기업이나 골목상권이 어려워진 이유가 무엇인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물량 밀어내기 등의 탓이다. 온갖 편법·탈법으로 ‘갑질’을 해온 대기업이 을 중의 을인 최저임금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뻔뻔한 짓을 감행하고 있다.”
알바연대가 주축이 된 ‘최저임금 1만원위원회’는 6월28일 최저임금위원회 농성장 앞에서 경총 등 사용자 쪽 위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용자 쪽은 동결안을 한 달 내내 고수하다가 대단한 선심이라도 쓰는 양 1% 인상안을 내밀었고 더 이상은 양보할 수 없다고 버텨 파행으로 몰아갔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대다수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궤변도 일삼는다. 재벌들은 국민의 삶을 에누리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
“국민의 삶을 에누리하려는 시도”
1만원위원회 회원 24명은 전날(6월27일) 최저임금위원회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연행돼 유치장에서 이틀을 보내야 했다. 구교현 알바연대 대변인은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우고 해외로 돈을 빼돌린 기업인은 잡아들이지 않으면서 생존을 위해 최저임금을 올려달라고 싸우는 노동자만 연행했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은 5790원(19.1% 인상률)으로 사용자 쪽보다 880원 많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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