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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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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의 무리한 투자가 문제다”

‘한진중공업 사태 해법 토론회’에서 학자들, 과도한 이자비용·수주 몰아주기 등 영도 조선소의 ‘만들어진 위기’ 비판
등록 2011-08-24 16:04 수정 2020-05-03 04:26

“한진중공업의 경영 실패는 무리한 해외 투자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호전됐다면 정리해고를 당연히 철회해야 한다.”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이틀 앞둔 8월16일 오후 ‘한진중공업 사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학술단체협의회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교수노조가 함께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허민영 경성대 교수(경제학), 신원철 부산대 교수(사회학),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김호규 금속노조 부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중형 컨테이너선의 세계 최강자”

허민영 교수는 “한진중공업의 경영 실패는 영도조선소의 경쟁력이 낮아서가 아니라 무리한 해외 투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영도조선소는 저임금에 따른 가격경쟁력과 숙련도 높은 기술력을 함께 보유하고 있어 수주 경쟁력이 높은 편이라는 게 조선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지난 3년간 조선 부문 영업이익률도 13~19%로 높았다. 허 교수는 한진중공업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이자비용 증대를 지목했다. 그동안 합병·분할 과정에서 떠안게 된 부채와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에 1조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 부담이 경영의 숨통을 조여왔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한진의 무리한 투자는 결국 총수 1인 지배체제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총수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더없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원철 교수는 정리해고 조처의 부당성을 파헤쳤다. 지난 3월 “중형 컨테이너선의 세계 최강자로서, 영도가 정상화된다면 단납기를 이용해 강한 수주 모멘텀 부활이 기대된다”(IBK 기업전망 보고서)는 전망이 나올 만큼 해당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던 영도조선소가 400명의 노동자를 일시에 해고해야 할 만큼 상황이 다급했느냐는 것이다. 신 교수는 2009년 이후 영도 조선소에 수주 실적이 없었던 원인을, 임금이 더 싼 해외에서 선박을 건조해 더 많은 이익을 남기려고 경영진이 일감을 몰아준 데서 찾았다. “임금이 싸고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필리핀의 수비크에 조선소를 지어 일반 상선 분야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경영 전략에서 한진중공업 사태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더 많은 영업이익을 올리고, 주주들에게 더 많은 배당을 주려고 추진하는 정리해고는 (경영상의 긴박한 필요성 등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영국 위원장은 정리해고 사태의 발단이 된 한진중공업 적자의 배경을 꼼꼼히 따졌다. 권 위원장은 “2010년 517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은 선박 수주 부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그 근거로 같은 해 조선 부문 영업이익이 1762억원에 달한 사실을 꼽았다. 적자의 직접적 원인은 평균 금융부채 증가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와 건설 부문의 손해배상금 청구소송 패소로 인한 대손상각비 발생 등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0년 한진중공업이 수주한 31척의 신규 물량 가운데 19척을 영도조선소에서 제작할 수 있음에도 단 1척도 영도로 보내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며 “사실상 (수비크조선소에) ‘수주 물량 몰아주기’로 영도의 경영 위기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리해고 당시와 시장상황도 달라져”

조돈문 교수는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할 때의 시장 상황 전망은 비관적이었으나, 현재 이 전망이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정리해고를 철회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시장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것이 영도조선소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선박 제작을 특화하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선영 인턴기자 sunzxc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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