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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보라 극비 송환 추진

등록 2008-05-09 00:00 수정 2020-05-03 04:25

김경준의 2단계 수사 시작되나…서울중앙지검은 관련 사실 부인

▣ 특별 취재팀

검찰이 이르면 5월 중으로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이사의 부인 이보라씨를 자진 귀국 형태로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준씨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이보라씨를 송환해 조사하기로 결정하고, 자진 귀국 형태로 귀국시키는 절차에 들어갔다”며 “이보라씨는 이르면 5월 중으로 귀국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 변호사를 김경준씨의 BBK 사건 공범으로 판단하고 범죄인 인도청구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이보라씨에 대해서는 공범이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겠다며 한국행을 권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보라씨의 귀국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이른바 ‘기획입국설’에 대한 수사와 김경준씨에 대한 추가 기소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4월3일 김경준씨가 옵셔널벤처스코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두 회사의 주가도 조작했고 이른바 ‘이면계약서’ 등 사문서도 위조했다는 혐의로 추가 기소하기 위해 미국 당국에 동의서를 요청한 바 있다. 한-미 범죄인 인도협정에 따르면, 김경준씨처럼 범죄인 인도 청구를 통해 신병을 넘겨받은 범죄자에게 애초 소명된 것과 다른 혐의를 더하려면 인도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번 동의요청서에는 기획입국설에 대한 수사도 추가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갔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보라씨는 1999년 김경준씨와 함께 BBK투자자문을 만든 창립 멤버이고 2000년 당시 경주에 있던 다스를 찾아가 BBK투자자문에 투자하도록 직접 권유한 당사자여서, 당시 내막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보라씨는 김경준씨가 2001년 옵셔널벤처스코리아를 인수한 뒤에도 이사로 활동했다. 또한 김경준씨가 귀국하기 전까지 매주 두세 차례 이상 꾸준히 김씨 면회를 다녔기 때문에, 김경준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구치소에 수감돼 있을 때 한국 쪽 인사들을 만난 사실이 있는지도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씨에게 “공범이 아닌 참고인으로, 20일 정도만 조사하고 돌려보내겠다”며 여러 차례 귀국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김경준씨가 송환된 직후에 함께 한국으로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귀국 추진 사실이 취재진에 포착되자 귀국을 포기한 바 있다. 또한 올해 2월에도 귀국을 검토했다가 여러 가지 우려를 들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영주권자인 이보라씨는 한국에 들어왔다가 6개월 이내에 미국에 돌아가지 못하면 영주권을 잃게 된다. 제때 돌아가지 못하면 미국 시민권자인 딸(10살)과 생이별할 처지에 놓일지도 모른다. 이보라씨는 남편이 수감되고 모든 재산이 동결된 이후, 딸과 단둘이 로스앤젤레스 외곽에서 외부와 접촉을 끊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쪽은 “(이보라씨 귀국은) 별도로 추진하고 있지 않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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