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들이 신입생에게 무조건 입회비 받아… 징수 편리하고 납부 저항 적다지만
▣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대학이 대행사인가요?” 한소영(19·가명)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씨는 2008년 중앙대학교에 원서를 넣었고, 얼마 전 기다리던 합격통지서를 손에 쥐었다. 문제는 만만치 않은 등록금이었다. 합격통지서와 함께 날아온 등록금 고지서는 한씨가 입금해야 할 돈을 441만6500원으로 못박고 있었다.
대학원도 예외 아니다
항목은 여럿이었다. 먼저 한 학기 동안의 수업료가 338만4천원이었고, 신입생들이 부담해야 할 입학금은 92만원이었다. 기타 수납금은 모두 11만2500원으로 구체적인 항목은 학생회비 7500원, 예비교육비 4만5천원, 체육회비 3만원, 동창회 입회비 3만원 등이었다. 고지서와 함께 받은 납부 안내서에는 “등록금 고지서상의 실납부금액과 기타 수납금 고지서상의 실납부금액의 합계 금액을 입금하여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무서운 것은 다음 말이었다. “기간 내에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합격이 취소됩니다.” 한씨와 부모님은 고지서에 적힌 대로 등록금과 기타 수납금을 합친 441만6500원을 정확히 입금했다.
한씨가 기타 수납금 가운데 동창회 입회비를 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며칠 뒤였다. 인터넷을 뒤지다 2006년 경기대 학생 17명이 총동문회로부터 동문회비를 돌려받았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당시 학생들은 “신입생은 동문회 회원도 아니고 대학을 다니다가 자퇴나 다른 대학으로 편입을 해서 졸업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신입생에게 무조건 동문회비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소송을 냈다. 서울 서부지법은 2006년 2월 학생들의 손을 들어준다.
한씨는 중앙대 회계팀으로 전화를 걸어 동창회비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큰돈은 아니어도…. 입학금이 비싼데, 집안 사정도 어렵고 부모님께 미안해서요.”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그렇겐 안 되는데요.” “경기대에서도 돌려줬다고 하는데.” “그것은 경기대 문제죠. 우리와 관계없는 얘깁니다.” 학교 직원은 “바쁜 사람 붙잡고 오래 전화하는 것은 업무방해”라고 쏘아붙이기까지 했다. 중앙대 회계팀 관계자는 의 확인 요청에 “동창회비를 선택적 납부사항으로 고지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인정한 뒤 “납부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환불 받으려면 총동창회 쪽으로 연락하면 된다”고 말했다.
중앙대 쪽은 “신입생에게 동창회비를 받지 않는 문제는 아직 검토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른 학교들의 사정은 어떨까.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의 동창회비 징수 실태를 살펴봤다. 성균관대·한양대·경희대·광운대·명지대 등 상당수 대학들에서 여전히 신입생들에게 동창회비를 받고 있었다. 1인당 부담액은 2만~3만원 수준으로 학교별 차이는 크지 않았다.
대학원도 예외는 아니다. 경희대는 다른 대학에서 학부를 마치고 경희대 대학원에 등록한 신입생에게 3만원의 동창회비를 받는다. 올해 경희대 대학원으로 진학한 권아무개(29)씨는 “다른 항목과 묶여 고지돼 할수 없이 내긴 했지만 내가 왜 졸업도 안 한 학교의 동창회비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이라 목소리도 못 높이고…
이들 대학이 신입생들의 입학금에 동창회비를 포함시키는 이유는 징수의 편리함 때문이다. 등록금 고지서에 포함된 돈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납부 저항이 낮을 수밖에 없다. 안 내도 된다는 사실을 아는 학생도 납부금액에 포함돼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씨는 “기업에 당한 일이면 소비자보호원 같은 데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겠는데, 대학은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목소리는 움츠러들어 있었다. “무서우니까. 제 이름 나가지 않게 꼭 좀 신경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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