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사진 찍는 딸, 사진 찍는 마누라, 사진 찍는 엄마, 사진 찍는 학부형, 사진 찍는 아줌마. 프리랜서 사진작가 장화영(40)씨가 자신을 소개할 때는 ‘사진 찍는’ 이라는 꾸밈말이 가장 먼저 나온다. 장씨는 늘 사진 찍다가 해가 저물고 장비를 정리할 때쯤 아이들이 떠오른다. 미안한 마음에 그제야 수화기를 들고 “사랑해”라고 몇 번이나 말한다는 ‘사진 찍느라 바쁜’ 엄마가 두 아이와 카메라로 대화한 흔적을 책으로 펴냈다. (다빈치 펴냄).
“렌즈 너머로 아이와 아이의 물건을 바라보면 몰랐던 아이를 알게 돼요.” 축구라면 사족을 못 쓰는 큰아이. ‘축구 좀 살살 하고 책도 좀더 읽지.’ 어쩔 수 없는 엄마의 욕심이다. 그러나 산 지 얼마 안 된 아이의 빨간색 축구화에 렌즈를 들이대니 축구화의 자글자글한 잔주름이 보였다. “‘이 주름만큼 축구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축구하는 아들을 응원하게 됐어요.” 이런 이유로 장씨는 엄마·아빠들에게 “아이의 물건을 찍어보라”고 귀띔한다.
뒷모습을 찍는 것도 아이를 아는 좋은 방법이다. 학원에 다니느라 힘이 드는지 기운이 빠져 어깨가 축 처진 날도 있고,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어깨가 들썩일 때도 있다. 어깨의 높낮이는 렌즈 프레임 속에서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 그 높낮이를 통해 아이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하고 묻고 돌볼 수 있다. 같은 사물을 아이와 엄마가 함께 찍어보는 것도 좋다. “운동장에 아무렇게나 나 있는 풀들을 아이와 함께 찍어봤어요. 제가 찍은 풀은 기교가 많고 구도가 빡빡한데, 아이가 찍은 풀은 여유롭고 자연스러웠어요. 내 마음이 얼마나 여유가 없고 빡빡한지 알겠더라고요.”
요즘은 집집마다 똑딱이 카메라부터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필름 카메라 등을 갖추고 가족의 사건·사고 및 행사를 ‘기억’한다. 는 ‘엄마’의 쉬운 입말로 카메라로 아이와 대화하는 법, 크고 작은 사진찍기 상식까지 전해준다. “제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니까 사람들이 사진 찍는 방법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봐요. 빛을 이용해 사진 찍는 법, 플래시 사용하는 법 등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엄마들이랑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내게 됐어요.” 카메라가 엄마를 만나니 이렇게 따뜻하고 세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