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제 서른을 갓 넘은 그가 왜 당원이 300명밖에 되지 않는 서울 강북구에서 구의원에 당선됐는지는 만나보면 늦어도 몇 분 안에 그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 동네 아줌마들은 의원인 그와 언니동생 하며 지낸다. 정치부 기자를 4년 가까이 해오면서 최선(33) 의원처럼 가식 없는 웃음과 밝은 얼굴을 지닌 ‘정치인’은 처음 만났다.
그의 웃음엔 뭔가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2007년 12월7일 그와 민주노동당 강북구위원회, 강북구 주민들은 구청의 ‘일방적인’ 쓰레기봉투 가격 인상 조례 개정안을 막아냈다. 10개월이 넘는 힘겨운 투쟁이었다. 그는 골목골목을 누비며 4만 장의 알림장을 뿌리고 20여 차례 주민간담회와 주민서명운동을 펼쳤다. 그는 “주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작은 승리였다.
그는 2006년 만삭의 몸으로 5·31 지방선거를 통해 구의회에 들어가기 전에도 작은 승리를 맛봤다. ‘꿀꿀이 죽’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민간 어린이집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조례 개정 운동을 폈다. 그는 강북구 보육조례 개정 운동본부의 상황실장을 맡았다. 천신만고 끝에 주민 7천 명의 서명을 받아 강북구 최초로 주민발의 조례 개정안을 냈다. 주민의 뜻으로 발의된 개정안이지만 아직도 구의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 통과는 최선 의원의 2008년 최우선 과제다.
14명의 구의원 중 민주노동당 소속은 최 의원 하나다. 그 하나로 세상이 바뀔까? 구의회에선 늘 13 대 1이다. 12월26일 여론의 눈치를 보다 구의회가 의원들의 세비를 인상할 때 그 혼자 반대했다. 1억6천만원의 예산이 드는 노인, 장애인, 한 부모 및 소년·소녀 가장 등 저소득층의 건강보험 지원을 위한 조례 개정안엔 그 혼자 찬성했다. 그래서 그는 열심히 일하지만 의원 3인 이상의 서명이 필요한 법안 발의가 한 건도 없는 의원이 됐다. 그는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뜻을 모으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니, 주민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젠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어른들이 많다.
남아메리카 어느 나라에 이런 얘기가 있다. 숲에 불이 났다. 모든 동물들이 달아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벌새 한 마리가 꼬리에 물을 묻혀 불을 끄느라 혼자 바빴다. 다른 동물들이 그래봤자 소용없다고 하자, 벌새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지금 내가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걸 할 뿐이야.” 최선 의원이 꼭 그 벌새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