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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이 꽃동네 간 날

등록 2007-12-28 00:00 수정 2020-05-03 04:25

사회봉사 명령 총 200시간 중 45시간 채울 예정, “내 스타일대로…반드시 끝을 보겠다”

▣ 음성=글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조용했던 꽃동네가 시끌벅적해졌다. 12월20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꽃동네 노인전문요양원. 평소 한산했던 이곳이 오전 9시를 넘어서면서 사제와 수녀 그리고 취재진들로 부산해졌다.

이례적으로 관찰소 직원 2명 동행

보복폭행 혐의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찾은 꽃동네의 풍경은 그의 출연만큼이나 어색함이 묻어났다. 그는 지난 9월11일 아들을 때린 술집 종업원들을 찾아가 보복한 혐의로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꽃동네를 방문한 것은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였다.

김 회장은 오전 9시부터 ‘사랑의 연수원’에서 1시간쯤 사전 교육을 받았다. 박마테오(48) 수사는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려면 반드시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김승연 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안전사고 예방법과 목욕시키는 법, 기저귀 갈아주는 법 등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김 회장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만 40여 명. 법무부와 꽃동네 직원을 합하면 50여 명에 이르렀다. 대기업 회장이 폭행사건으로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이례적인 장면에 쏠린 관심은 그만큼 컸다. 김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언론에 자신이 노출되는 내내 극도로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도움이 되겠냐” “성실하게 임하겠다” 등으로 짧게 답했다. 그는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이른 오전 8시50분께 꽃동네에 도착했다.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서울보호관찰소 직원 2명을 동행시켰다. 황계연(47) 법무부 서울보호관찰소 사회봉사팀장은 “김승연 회장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이라며 “국민의 관심이 높아 감독을 철저히 하기 위해 동행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회장은 10시부터 노인전문요양원 301호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강희자(84)씨의 식사를 도왔다. 김 회장은 이날 간식으로 나온 죽을 조심스레 떠먹였다. 빵을 달라는 강씨의 말에 옆에 있는 수녀에게 “빵을 드려도 되나요”라고 확인을 받고 죽에 적셔서 입에 넣어줬다. 몸이 약한 노인들은 마른 빵을 먹으면 쉽게 체한다.

김 회장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301호실은 4명의 치매 환자가 머무는 곳으로 수많은 취재진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좁았다. 취재진은 조를 나눠 병실을 찾았다. 꽃동네와 법무부 서울보호관찰소 쪽은 김 회장의 사회봉사 명령 집행 현장을 30분만 공개했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리는 바람에 현장을 담으려는 취재진과 자리를 피해달라는 꽃동네 수사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취재진과 수사들 사이 실랑이

김 회장은 12월28일까지 총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 가운데 45시간을 채울 예정이다. 남은 시간은 2008년에 계속한다. 그는 앞으로의 봉사활동 계획을 묻는 질문에 “내 스타일대로 할 것”이라며 “반드시 끝을 보겠다”고 답했다. 앞서 노인전문요양원의 원장인 김순희 수녀는 “봉사는 남을 위해 자신의 이해를 따지지 않는 것”이라며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남을 섬기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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