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깡마른 체구에 안경까지 꼈다. 웃는 얼굴에선 수줍음마저 묻어난다. 한눈에 ‘책상물림’이 분명해 보였는데…, 아니란다. 김준철(42)씨는 “특전사 장교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1990년 학군 28기로 임관해 6년4개월의 군 생활 대부분을 특전사에서 보냈다. 다치지만 않았으면 지금도 군복을 입고 있을 게다.”

중위 계급장을 달고 있던 1993년은 김씨에게 고난의 해였다. 동계 스키훈련 도중 경기 황변산 자락에서 무릎을 다친 게 시작이었다.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봄철 암벽등반 훈련을 하다 서울 북한산 오봉자락에서 다시 무릎이 꺾였고, 통증을 참아가며 나선 하계 해상척후조 훈련에서 결국 다리가 마비돼 후송됐다. 회복이 된 걸로 알았지만 아니었다. 1년여 뒤 그는 수술대 위에 올라 무릎에 핀을 박아야 했다. 1996년 6월 김씨는 ‘국가유공 상이군인’으로 전역했다.
군문을 나섰다고, 군과 인연이 끝나는 건 아니었다. ‘예비역’이 된 지 11년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군대 문제’에 골몰해 있다. 군사상자유가족연대 등 군의문사 유가족 관련단체 3곳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고, 개혁 성향의 예비역 단체인 평화재향군인회에선 ‘취업정보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군가산점 문제 등 각종 군 관련 논쟁이 있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토론회를 쫓아다닌다. “직장 생활도 바쁠 텐데 도대체 왜?”라고 물었더니 대답이 싱겁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좋아서 하다 보니 버릇이 돼버렸다.”
요즘 김씨는 ‘고 김오랑 중령 추모사업회’ 일에 집중하고 있다. 1979년 12·12 쿠데타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 비서실장이던 고 김 중령은 상관을 붙잡으러 온 반란군에 맞서 싸우다 현장에서 ‘순직’했다. 김씨는 “국민에게 총구를 들이댄 반란군에 맞선 김 중령마저 없었다면 우리 군은 ‘명예’를 입에 올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중령의 ‘의거’를 정훈교재에 반영할 것을 벌써 몇 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단 한 차례도 대답이 없다. 28년이나 지났는데도, 역사적 평가를 내리지 못한 것 같아 씁쓸하다.” 선선히 물러설 그가 아니다. 고 김 중령의 일대기에 관한 책도 쓰고, 이를 영화로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단다. 영화 제작엔 “이창동 감독과 배우 설경구씨가 나서주면 좋겠다”며 웃는다. ‘예비역 대위’ 김준철씨는 마냥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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