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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미 테츠지로] 반체제 영화여, 일본으로 오라

등록 2007-11-10 00:00 수정 2020-05-03 04:25

▣ 도쿄= 글·사진 황자혜 전문위원 jahyeh@hanmail.net


“한 번도 사회를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 적이 없다. 굳이 바꾸고 싶은 게 있었다면 어쩌면 나 자신이었을 것이다.”

재일 미국인 다큐멘터리 감독 존 융커맨이 만든 영화 은 ‘일본판 ’로 불린다. 2차 대전 패전 뒤 일본 헌법이 제정되는 과정, 전쟁과 군대 포기를 명문화한 ‘헌법 9조’가 만들어진 역사를 다룬 이 영화는 일본 열도에서 1천 회 이상 상영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DVD 판매량만도 1만 장을 넘겼으니, ‘흥행작’으로 부를 만하다. 제작사인 독립영화사 ‘시그로’의 야마가미 데쓰지로(53) 대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정부 때부터 느끼기 시작한 위기의식”이 영화를 만든 동기라고 말했다.

야마가미 대표는 영화 제작을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 만나보고 싶은 사람을 찾아나서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영화 제작자는 반은 영화 자체를, 나머지 반은 비즈니스를 생각해야 한다”며 “내 경우엔 만들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일단 만들고 보기 때문에 제작자로선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고 웃었다. 그럼에도 소신을 꺾을 생각은 없단다. “돈을 먼저 생각하면 소극적이 되고, 이것저것 많이 생각하면 영화를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게 야마가미 대표의 생각이다.

그가 지난 2003년 가을 김동원 감독의 을 일본 전역에서 상영하겠다고 선뜻 나선 것도 이런 ‘뱃심’ 때문일지 모른다. 야마가미 대표는 “나 자신이 철철 넘치는 감동을 느꼈기 때문에 전국 상영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일본인 납치 문제로 반북 감정이 극에 달한 일본 내 분위기가 영화 개봉의 발목을 여태 잡고 있다. 그럼에도 야마가미 대표는 실망하는 기색이 없다. “좋은 작품은 살아남기 마련”이란 믿음 때문이다.

지역·시민이 주체가 되는 ‘자주 상영’을 버팀목으로 20여 년째 영화판을 지키고 있는 야마가미 대표는 때로 “양극화로 내리닫는 일본 사회에 절망”하면서도, 그래도 “영화가 설 곳은 반권력·반체제”라고 믿는단다. 그는 “앞으로 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국가의 폭력, 환경파괴 등 사회적 테마를 다룬 한국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일본에 소개하는 일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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