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아버님, 이것 좀 드세요.” 세련된 정장으로 한껏 맵시를 낸 젊은 여성이 커피를 건넨다.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은 대략 ‘아버님’. “아이고 이를 어쩌나.” 엉겁결에 ‘던킨도너츠’ 로고가 박힌 커피잔을 받아든 신효식(62)씨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진다.

신씨의 일터는 서울 압구정역 4번 출구 앞. 매일 아침 그곳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출근객들을 맞는다. 정식 직함은 진아교통 신 차장. 그는 1986년 진아교통에 입사했고, 다른 버스 업체로 자리를 옮겼다가 2002년 컴백했다. 올해로 압구정역 ‘짠밥’ 5년째다. 신씨는 그곳에서 압구정역에서 내린 손님들이 147번 버스로 편하게 환승하도록 돕는다.
그는 “몸은 고단해도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진아교통은 특이한 회사다. 회사의 주인은 사원들. 이상도 진아교통 사장도 한때는 직접 버스를 몰았다. 무슨 사정이었을까? 이상도 사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어려움으로 1년 반 동안 10억여원의 임금이 밀렸다”고 말했다. 2001년, 직원들은 밀린 임금 10억여원 가운데 5억6천만원을 출자 전환하고, 따로 2억원을 모아 회사 경영권을 사들였다.
그 뒤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시작됐다. 2004년 서울시 시내버스 체계가 개편되기 전까지 147번은 38-2번으로 불렸다. 회사가 살려면 주력인 38-2번에서 승부를 봐야 했다. 지하철 3호선과 7호선은 강남역으로 연결되는 2호선으로 환승이 불편하다. 압구정역과 학동역에서 내린 직장인들을 강남역까지 잇는 이 노선을 강화한다면, 회사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듯했다. 진아교통 노동자들은 배차 간격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압구정역 앞에 예비차 3대를 배치시켰고, 압구정·학동·금호역 등으로 직원들을 투입해 차의 배차 간격을 살폈다. 차 간격이 벌어지면 지체 없이 예비차가 출동한다. 얼마 뒤 차 한 대당 수입이 50%나 늘어났다.
“천천히 와요, 넘어져요.” 저만치 필사적인 모습으로 달려오는 출근객들을 바라보며 신씨가 웃으면서 손짓을 한다. 배차 간격을 확인하느라 통화량이 많아져 전화비는 10만원이 넘고, 겨울에는 발가락이 얼어 동상에 걸린다. “그래도 행복하죠. 기쁘게 일할 수 있으니까.” 빵빵! 버스가 출발한다. 맑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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