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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에 확실하게 쏴라

등록 2007-10-26 00:00 수정 2020-05-03 04:25

15억원 지원 밝힌 정부, 나머지 자금 지원은 국회에 달려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슬픈 역사의 마을’ 우토로에 한줄기 햇살이 찾아들었다. 강제철거 위기에 처한 일본 교토부 우지시 이세다초 우토로 51번지, 재일 조선인 마을 65세대 200여 주민들의 보금자리를 지켜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 길의 끝에 이르기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쉽지만은 않을 터다.

1940년대 일제의 비행장 건설에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이 일군 마을 우토로에 대한 정부의 지원대책이 마침내 확정됐다. 외교통상부에 딸린 재외동포재단의 2008년 예산안에 ‘우토로 지원 사업비’ 15억원이 책정돼 국회의 심의·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05년 6월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국회 답변에서 “토지 매입을 통한 해결 방안이 최선”이라며 “재외동포 지원 관련 예산을 통한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2년4개월여 만의 일이다. 정부는 2009년에도 15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서일본식산과 줄다리기 끝에 합의

때맞춰 일본 쪽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됐다. 은 10월17일 “우토로 주민 지원 문제에 대해 국토교통성이 현지 지자체의 요청을 전제로, 주택지구 개량사업을 뼈대로 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2008년 안에 예산화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정한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마치즈쿠리’로 불리는 마을정비 사업이 시작되면, 마을 주민들이 입주할 수 있는 공영주택 건설이 가능해진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본 정부를 움직였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게다.

“우토로의 거주권을 지키고, 역사를 보전할 수 있는 첫 단추를 풀었다.” 배지원 우토로 국제대책회의(상임대표 박연철) 사무국장은 정부의 예산지원 결정을 반겼다. 하지만 한 가지 난제가 여전히 발목을 붙잡고 있다. 정부가 편성한 15억원의 예산으로는 우토로 땅을 사들이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 9월29일 대책회의와 우토로 주민회는 우토로 땅 소유자 서일본식산(대표 오하타 고이치)과 피말리는 줄다리기 끝에 토지 매입에 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서일본식산 쪽이 설정한 최종 협상시한을 불과 하루 앞둔 긴박한 때였다. 이날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우토로 주민회와 대책회의는 우토로 마을 전체 6400평 가운데 동쪽 절반 3200평(1만500㎡)을 5억엔(약 39억4천만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지난 2005년 5월 시작된 우토로 지원을 위한 모금운동에는 연인원 14만여 명이 참가해 모두 5억2천만원을 모았다. 현재 대책회의는 우토로 땅 매입을 위해 5억원을 목표로 기업체 등을 상대로 공익 기부금 추가 모금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정부 예산안이 원안대로 확정된다면, 추가 모금에 성공하더라도 15억원이 부족하다. “애초 주민들이 정부에 요청한 금액도 3억엔이었다. 그걸 감안해 지원 액수를 정하겠다고 정부도 의지를 내비쳤고, 그래서 협상도 이를 기초로 진행했다.” 배지원 국장은 “내년 4월까지 토지 매입에 따른 계약금과 중도금 등 4억엔을 서일본식산에 지불하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파기될 상황”이라며 “국회가 정부 예산안을 원안대로 확정할 경우, 우토로 문제는 원상태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법은 없는 걸까?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이 내놓은 ‘2008년도 외교통상부 소관 일반회계 세입·세출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우토로 문제를 풀어낼 열쇠를 찾을 수 있다.

국회 보고서에 열쇠가 있다

보고서는 “2008년 15억원에 이어 2009년 예산안에 추가 지원금 15억원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기왕에 지원예산을 편성한다면 2008년과 2009년에 순차적으로 15억원씩 총 30억원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지원사업 추진의 안정성과 효과성을 고려해 2008년에 전체 30억원을 일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돼 있다. 보고서는 “(우토로 동포 지원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이를 위한 재원으로 2007년 8월 말 현재 재외동포재단의 이익잉여금 17억5천만원을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우토로의 운명은 이제 국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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