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진 기자jin21@hani.co.kr
▣ 사진·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암 전문병원들을 속속들이 해부하는 자전거 투어를 할 겁니다!” 김호열(27·성균관대 4)·유명상(26·성균관대 4)·김성찬(26·고려대 4) 등 ‘구름’ 멤버들이 외쳤다. 이들은 지난 3월 암환자를 위한 대학생 모임 ‘구름’을 만들었다. 허위·과장 광고를 걸러낸 알짜배기 암 치료 정보만을 모은 암 종합 포털을 만들기 위해서다. 취업 준비에 한창 바쁠 이들이 왜 암환자와 관련한 활동에 팔을 걷어붙였을까.
2004년 김호열씨 아버지는 위암 3기를 선고받았다. 군 복무 중이던 김씨는 휴가를 나와서 깜짝 놀랐다.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어머니가 매일같이 인터넷을 들락대며 암 치료법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보들이 모두 엉터리였다. ‘기적의 암치료법’ ‘이거 먹고 암 퇴치했다’같은 과장광고는 물론이고 ‘커피 대장세척법’ ‘다테이탕 치료요법’ 등 듣도 보도 못한 치료법들이 줄을 이었다. “저희 어머니도 20만원에 ‘암환자를 위한 식단’이라는 걸 구입했습니다. 물론 의료진의 검증이 없는 평범한 식단이었지요. 절벽에 몰린 암환자들을 상대로 이런 장사를 하는 이들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김씨가 ‘구름’을 결성한 이유다.
‘구름’ 멤버들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전국 50여 개 유명 암치료 병원을 투어할 계획이다. “직접 돌아다니면서 시설, 치료비, 치료방법 등을 검증해서 환자들에게 도움되는 암 전문병원 리뷰 사이트를 만들 겁니다.” 어려움도 있다. 투어비용, 투어를 위한 병원의 협조 등이다. “현재 몇몇 기관을 접촉해 후원 여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일인 만큼 젊은이의 패기로 밀어붙일 생각입니다.” 홍보를 맡은 유명상씨가 말했다. 7월 말에는 거리에서 포털 사이트에 만화를 연재하는 작가들과 함께 ‘암환자를 위한 만화 전시회’를 연다. 김호열씨는 “암을 선고받으면 곧바로 죽음을 생각하고 치료 과정도 우울한 경우가 많은데 저희가 활기찬 암 문화를 만들고 싶어 만화 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라고 말했다. 9월에는 ‘희망’을 주제로 한 암환자 캠프를 진행한다.
‘구름’은 죽음을 앞둔 암환자들에게 따가운 햇볕도 가려주고, 비도 내려주자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시시껄렁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정말 암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강한 정보들만을 압축해서 제공해 암환자들의 구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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