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그녀 아니 그를 모르면 간첩이다. 서울 종로 바닥에서 ‘잉끼남’ 김현구를 모르면 이성애자 간첩이다. 이름은 몰라도 별명 구야를 모르면 진정한 스파이다. 게이(남성동성애자)바가 밀집한 종로에 ‘출입’하는 이반(동성애자)이라면 그의 이름을 듣지 못하고, 얼굴을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이성애자 공화국 대한민국을 교란하는 그의 간첩활동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심야의 게이바에 출몰해 은밀히 콘돔을 살포하고 사라진다. 가끔은 에이즈 예방사업을 빌미로 지방도 ‘뛴다’. 지방에 ‘물’ 보러 간다는 유언비어도 살포되지만, 그는 극구 부인하지 않는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동성애자사업부(아이샵) 부장, 그의 첫 번째 직함이다.
두 번째 직함은 우리동네 방송스타다. 그는 한국 게이들이 가장 많이 출입하는 사이트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는데, 그가 진행하는 이반생활백서, ‘렛츠큐’(Let’s Q)는 어느새 66회 방송을 맞았다. 커밍아웃한 지 어언 10년, 이렇듯 백주대낮에도 게이임을 숨기지 않는다. 6월2일 서울에서 벌어지는 제8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서 올해도 개막식 사회를 맡았다. 벌써 올해로 5번째, 장기 집권 사회자다. 올해의 목표는 퍼레이드 참가자 기록 경신. 그는 “퍼레이드 때마다 한 해 걸러 비가 왔다”며 “지난해 비가 왔으니, 올해는 화창할 것”이라고 ‘신기’로 일기를 예보했다. 화창한 날씨에 자신의 미모가 더해지면, 퍼레이드 참가자 역대 기록 700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다. 퍼레이드 참가인원이 성소수자 인권지수를 상징할 수도 있으니, 그의 바람만은 아니다.
올해의 퀴어문화축제는 축제의 성격을 더욱 강화했다. 먼저 퍼레이드 구간을 종로에서 청계천으로 옮겼다. 거리는 길어지고, 행진은 편해졌다. 걸으면서 즐기는 퍼레이드 ‘한탕’의 여유 다음에는 이태원의 클럽에서 황혼에서 새벽까지, 파티가 이어진다. 퀴어들의 축제는 6월 중순까지 서울 시내 도처에서 영화제, 공연, 전시, 세미나 등으로 계속된다. 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kqcf.org)에 들어가면 쾌락의 일정이 나온다. 물론 축제의 마지막 밤까지 종로의 얼굴마담, 구야의 쇼쇼쇼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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