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1980년대 후반 고등학교를 다닌 기자에게 역사 교과서는 도대체 정이 붙지 않는 책이었다. 줄을 쳐가며 달달 외워야 할 수험서에 불과했다. (김육훈 지음·휴머니스트 펴냄)는 ‘그렇게’ 익숙한 역사 교과서가 아니다.
교사 김육훈(48)씨는 책을 읽는 학생들이 끊임없이 과거를 향해 질문하도록 안내한다. 그에겐 화석화된 역사란 없으며, 고정된 시각으로 보는 역사를 거부한다. 예를 들어 책의 5장 ‘산업화와 민주주의, 마주 보는 남과 북’에선, 장을 마무리하며 박정희 시대를 묻는다.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소설가)가 나와 “선악을 뛰어넘는 진정한 지도자”라고 말하는가 하면, 홍세화 기획위원의 “그의 독기는 살아 숨쉬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나란히 배치해놨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박정희 재평가 논쟁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써놓은 것을 아이들이 암기해 되새기도록 하는 게 아니라, 역사에 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을 불러내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해 결론을 내게 하고 싶었다. 교과서는 질문을 던지고 답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 그래서 그의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이 완성해가는 ‘열린 교과서’이자 ‘살아 있는 교과서’다.
그가 가장 자주 쓰는 말은 ‘생각’과 ‘토론’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진다. “김옥균과 전봉준이 함께 할 수 없었을까?” “고종에게 망국의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는 스스로 해방을 이룩하지 못했나?” “분단을 피할 수는 없었을가?” “민주주의, 산업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대안 교과서를 만드는 그의 작업은 오래됐다. 그는 1997년 를 펴냈으며, 이후 등을 펴내는 데도 참여했다. ‘교실의 역사학자’인 그는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창립 회원이며, 2002년부터 4년 동안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검정 교과서를 “국가가 정한 지식체계”라고 말하지만, 자신의 역사관을 결코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고등학교의 이름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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