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대중적인 언어로 세상과 소통할 줄 아는 전문가가 각광받는 세상이다. 이럴 때 글쓰기 솜씨는 소통력의 핵심 요소가 된다. 우리 사회에서도 대중적 소구력을 지닌 전문가들이 스타가 되는 현상이 일반화된 지 이미 오래다. 영국의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낙태 문제에서 테러와의 전쟁, 실존주의까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기꺼이 논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BBC라디오〉의 인문학 토론 프로그램인 의 단골 패널로 등장하는가 하면, 등에도 자주 글을 쓴다.
최근 한국에서 발간된 저서 (정지인 옮김, 한겨레출판 펴냄)에서 그는 ‘사고실험’을 제안한다. 이 세상의 철학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고실험 100가지를 제시한 것이다. 사고실험은 철학·영화·소설 등 다양한 텍스트에서 발췌해낸 시나리오를 기본 틀로 해 저자가 만든 가상 시나리오가 더해져 이뤄진다. 각각의 실험에서 그는 가치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없는 철학적 숙제를 제시한다. 그는 자신의 견해를 설득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논쟁의 불을 지피기 위한 태도를 고수한다. 윤리적·의미론적 가치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그에게 사고실험은 생각의 촉매제이자 자극제다.
사고실험은 가령 이런 식이다. 애완동물을 잡아먹는 일을 경멸하는 사람들도 식용동물을 잡아먹는 것에는 문제의식이 거의 없다. 그러나 필립 풀먼의 동화 에서 주인공 곰은 죽은 친구를 먹음으로써 경의를 표한다. 두 가지 모순적 가치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없는 ‘딜레마적 상황’을 설정한 뒤 독자에게 끊임없이 사고하도록 만드는 식이다. 그는 더 나아가 ‘육식은 도덕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사고를 넓힌다. 인도적으로 사육된 동물과 축산농장에서 사육된 동물의 차이는 있는가, 유전자 조작에 의해 사육된 동물은 다른가 등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성이 빠진 상상력은 공상에 지나지 않고, 상상력 없는 이성은 빈약하다”고 믿는 그는 사고실험이 문제의 본질을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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