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광범위한 대중적 사퇴 압력을 꿋꿋이 버텨온 천수이볜 대만 총통이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다. 대만 검찰은 11월3일 그의 부인 우수전(53)을 공금횡령과 문서조작, 위증 등의 혐의로 3명의 측근과 함께 정식 기소했다. 검찰 쪽은 또 “천 총통의 부패 혐의에 대한 증거도 확보한 상태지만, 헌법이 부여한 면책 특권에 따라 현직에 있는 동안엔 기소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남부 타이난의 부유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우수전은 소작농 집안 출신인 천 총통과 고등학교 동창이다. 고교 시절 그리 친밀하지 않았던 두 사람의 사이는 대학에 진학한 이후 급격히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1975년 2월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있다.
천 총통의 정계 진출은 우수전의 평범했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1985년 11월 천 총통은 고향인 타이난에서 시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 ‘낙선사례’를 위해 천 총통이 집을 비운 사이 우수전은 ‘천 총통의 지지자’로 알려진 남성이 몰던 차에 치여 중상을 입고 만다. 우수전은 이 사건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에 의지하게 됐고, 천 총통은 이 사건을 ‘국민당 정권의 정치 암살 기도’라고 비난해왔다.
이듬해 천 총통은 란 잡지에 국민당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가 투옥됐고, 우수전은 남편을 대신해 대만 입법원 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석방된 천 총통은 한때 부인의 보좌관 노릇을 하기도 했는데, 이후 우수전은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남편의 정치활동을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천 총통은 1989년 입법원에 진출한 데 이어, 1994년 민선 타이베이 초대 시장에 당선되는 등 이후 정치권에서 승승장구했다.
지난 2000년 대만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루며 남편이 총통에 당선된 이후 우수전은 적극적인 ‘휠체어 외교’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주식 내부자 거래를 포함한 각종 부패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급기야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1480만대만달러(약 4억2천여만원)가량의 국고를 가로챈 증거가 발견되면서 기소를 당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기소로 시민사회의 퇴진 압력이 더욱 거세지면서 천 총통이 현직에서 물러날 경우, 두 사람이 한꺼번에 쇠고랑을 차는 진풍경이 연출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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