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미국에 입양 오는 아이들을 대충 키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입양은 굶주린 아이들의 배를 채워주는 데 머물지 않아요. 아이의 몸과 마음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미국 중북부의 미네소타주 파인에 거주하는 스티브 바우먼과 일레인 바우먼 부부는 해외 입양의 속 깊은 정을 우리에게 보여준 이들이다. 올해로 방송 10년을 맞은
두 사람에게 한국은 여러 가지로 잊을 수 없는 나라다. 스티브 바우먼씨는 한국전 참전군이던 17살 터울의 형이 입었던 군용 재킷을 보면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기억했다. 유난히 미네소타에는 한국에서 온 입양아들도 많았다. 현재 3만여 명에 이르는 미국 입양아 가운데 2만 명가량이 미네소타에 거주하고 있다. 두 사람은 자녀가 셋이나 있었지만 1977년 미네소타 아동복지회를 통해 네 살배기 ‘김성덕’군을 입양했다. 그리고 미 공군사관학교에 다니던 브라이언이 백혈명으로 투병할 때 골수를 기증한 이도 한국인 서한국씨였다.
“여전히 코리아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설레지요. 오늘도 브라이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김창조 PD가 미니애폴리스에 왔다기에 한걸음에 달려왔어요. 브라이언의 골수 이식 당시엔 한밤중에 한국 취재진이 몰려오곤 했는데….” 당시 밤잠을 설치게 한 한국 언론의 지나친 관심도 일레인에겐 아들에 관한 소중한 추억처럼 느껴지는 듯했다. 브라이언이 미국의 청년으로 자라는 동안 바우먼 부부는 한국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터득한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한국을 남의 나라로만 여기지 않는다.
여전히 브라이언은 바우먼 부부에게 ‘코리안 아들’이 아니라 ‘나의 아들’일 뿐이다. 브라이언은 두 딸을 둔 다나 머피와 ‘사이버 사랑’의 결실로 지난 2002년 결혼해 미국 북동부의 코네티컷주에서 살고 있다. 브라이언이 파일럿의 꿈을 포기한 뒤 컴퓨터 보안 계통에서 일한 것도 스티브가 30여 년 동안 3M사에서 공장 자동화 시스템 관리 업무를 담당한 것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1년에 한두 차례 만날 뿐이지만 애틋한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일주일에 서너 차례 통화를 해도 수화기를 내려놓기 어렵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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