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경 인턴기자 yukishiro9@naver.com
1991년 서울대 법대 도서관,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그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펴든 한 지역신문에서 만성신부전증을 앓는 신학생 윤승일(44)씨의 사연을 읽었다. “그저 내 신장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평소 종교생활을 통해 이웃과 나누는 삶을 실천하려 했던 그는 한 달의 숙고 끝에 이식을 결정했다.
신장 이식은 마음만 먹는다고 바로 되는 게 아니었다. 윤씨와 조직이 맞을 확률은 2%뿐. 그 2%의 확률을 뚫고, 그는 생면부지의 신학생에게 새 생명을 전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신장을 나눈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었고, 선교사가 된 윤씨는 대만으로 건너갔다. 시험 직전에 한 수술 때문에 그는 사법시험을 포기해야 했지만, 결혼해 두 아이와 함께 선교활동을 해나가는 윤 선교사의 삶을 지켜보면서 행복을 느꼈다. 그의 아내 조명숙(36·새터민 청년야학 ‘자유터학교’ 교장)씨는 “남편이 윤씨에게 신장을 준 사연을 듣고 결혼을 결심했다”고 했다.
사연의 주인공인 이호택(47) 민간난민지원센터 ‘피난처’ 대표는 7월28일 오후 서울출입국사무소에서 청주 외국인국보호소에 수감된 한 방글라데시 정치난민을 석방하기 위해 신원보증 신청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해외 난민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90년대 중·후반 중국 옌볜에서 목숨을 걸고 탈북 난민을 돕고, 귀국한 뒤에도 이주노동자 피난처를 운영한 이 대표의 삶의 궤적은 윤 선교사에게 신장을 건네줄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15년, 이씨는 최근 안타까운 소식을 다시 접했다. 윤 선교사에게 새 삶을 밝혀준 그의 한쪽 신장이 다시 죽어가고 있다는 것. 30%의 기능이 손상돼 이대로 두면 결국 신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씨는 “또 다른 분의 사랑으로 윤 선교사가 소생해 삶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윤 선교사는 현재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대만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도움 주실 분 0505-211-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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