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황자혜 전문위원 jahyeh@hanmail.net
일본 오사카의 한 고등학교에서 정치경제를 가르치는 나루세 가즈유키(55)의 이름에 평화의 ‘화’(和)자가 들어 있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1941년 태평양 전쟁 당시 관동군 병사로 만주에 간 그의 아버지는 패전 뒤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옛 소련군에 의해 시베리아에 억류돼 3년 동안 탄광 노동자로 지내야 했다. 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을 체험한 아버지는 돌아온 지 몇 년이 안 돼 전해들은 한반도의 전쟁 소식에 불안하기만 했다. 또 이를 빌미로 “전쟁을 영구히 포기하며 군대를 갖지 않는다”던 일본국 헌법이 존재하는데도 ‘경찰예비대’니 ‘자위대’니 하며 일본 내에서 전쟁의 분위기까지 퍼지면서 불안은 더해갔다.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는 소박한 심정으로, 이듬해 태어나는 당신 아들 이름에 평화의 의미를 새겨넣으신 거죠.”

나루세 선생이 교직에 선 건 베트남이 해방되던 1975년 4월, 올해로 꼭 만 31년째다. 이를 기념해 그는 아버지의 바람에 이어, 자신에게도 중요한 평화의 의미를 새겨넣기 위해 지난주 ‘한국 역사와 평화의 여행’길에 올랐다.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헌법을 개악하려는 현 정부의 움직임에 반대해 전국 5천 개 이상 ‘(헌법)9조회’가 만들어져 활동하는 것을 민간 차원에서 전하기 위해서였다.
나루세 선생에게 이번 한국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 고등학교 일본 관련 동아리 학생들과의 교류였다. 분필을 쥐자마자 ‘이게 교사의 직업병’이라며 차근차근 ‘평화헌법 9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천황만 있고 인권은 없던 지난날 ‘대일본제국헌법’의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 위에 만들어진 것이 현재의 ‘일본국헌법’이라는 것, 특히 전쟁을 영구히 포기한다는 ‘평화헌법 9조’는 일제 침략전쟁의 희생을 입은 아시아와 연대해, 일본의 평화를 아끼는 시민들이 지켜내야 할 주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일본 선생님의 이야기를 경청한 일본문화 동아리 친구들에게 나루세는 “애니메이션도, J팝도 중요하겠지만, 일본 헌법 전문과 ‘평화헌법 9조’도 꼭 읽어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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