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문가현] “당신의 사랑을 돕고 싶습니다

등록 2006-05-12 00:00 수정 2020-05-03 04:24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사랑과 추억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습니다. 정말 사랑했고, 제가 하고 있는 사업은 그 추억의 산물이지요.”
이색 연애상품 사업가 문가현(29)씨. 애인에 대한 그녀의 깊은 사랑은 곧 사업 아이템이 됐다. 남자친구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준비했던 커플신문, 애인등록증, 사랑약, 인형 등의 선물이 온라인 쇼핑몰 ‘사랑앤’에서 팔리고 있다. 혼자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던 2002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5배 이상 늘었고, 사원도 9명이 됐다. (주)YBR 인포메이션의 사장으로 오프라인 프랜차이즈, 웨딩, 인테리어 사업 등을 계획하며 야심차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문가현씨가 처음부터 이 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남자친구가 군대를 가게 되자 군대 간 애인들을 위한 카페에 가입해 활동을 했고, 나중에는 ‘해병앤’이라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직접 만들고 그곳에서 만난 ‘곰신’(고무신의 준말) 친구들과 친분을 쌓아갔다.

그는 군의 애인에게 무슨 선물을 해줄까 고민하다가 사랑하는 사람만을 위한 ‘커플신문’을 만들었다. 재미있는 기사를 스크랩해 사회와 단절돼 있는 군인에게 세상의 소식도 알려주고 자신의 근황도 소개했다. 그 외에도 상장, 동화책,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녹음 인형 등도 만들어 보냈다. 이런 아이디어를 해병앤 사이트에 소개하자 커뮤니티 친구들의 부탁이 쇄도했다. 2002년 겨울엔 아예 창업을 했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2003년 제대한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사이트 관리가 소홀해지고 사업이 위축됐다. “그때는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가 미워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제 사랑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사랑에 미쳐보지 못한 사람이 정말 불행한 사람입니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헤어지고, 상처를 극복하면서 성장하기 마련이지요." 추억의 산물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면서 여러 사랑을 돕는 그만의 사업이 됐다.

그는 젊은 연인은 물론, 익숙해져 서로에게 무심해지기 쉬운 오래된 연인과 부부에게도 ‘사랑의 메신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또한, 성숙한 사랑을 새로이 맞이할 준비도 완료됐다. “저에게 사랑과 성공은 같은 것입니다. 제 사랑을 위한 선물도 다시 만들고 싶네요.”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