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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주식회사 ‘정말필요한회사’ 입니다

등록 2006-04-19 00:00 수정 2020-05-02 04:24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이름 때문에 고생했다는 이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정말 이런 이름도 있네 싶은 것이 많다. 반대로 희한한 이름 덕을 보는 경우도 있다. 이성수(47) 대표이사는 후자에 속한다.
그의 회사는 ‘(주)정말필요한회사’. 영문으로는 RNC(Really Necessary Company)다.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을 만큼 특이한 이름 때문에 가끔은 “거기 정말 뭐 하는 회사예요?”라고 묻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병원에서 건강보험증을 내밀면 간호사도 의사도 웃는다. 어려운 자리에서도 회사 이름 얘기로 말문을 트면 분위기가 밝아진다.

글로벌 시대라며 멀쩡한 한글 이름을 버리고 로마자 알파벳으로 ‘전향’하는 대기업들이 수두룩한데 왜 이 회사는 거꾸로 갔을까. 처음엔 “그냥 외국어나 한자투로 짓기는 싫었다”고 했지만, 사연을 듣다 보니 작명 과정에는 아픔이 배어 있었다. 그는 “잠 못 들 정도로 막막한 가운데 천장에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이름”이라고 말했다.

사연은 이랬다.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고객지원·품질관리 부서에서 15년 동안 일했던 이씨는, 외환위기 이후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삼성전자가 덩치를 줄이면서 이씨 부서가 하던 일을 아웃소싱하기로 한 것이다. 일을 그만두거나 작은 회사를 차려야 했다. 그는 2001년 후자를 택했다. 정말 필요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그대로 이름이 됐다.

“분사되기 전부터 직원들에게 강조했던 말이거든요. 우리 일이 고객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요. 삼성의 협력사라는 점을 내세우고 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같이 나온 직원들도 보란 듯이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강해 이 이름으로 그냥 갔습니다.”

‘정말…’은 고객상담과 프로그램 테스트를 겸하는 강점 때문에 ‘친정’인 삼성전자 일뿐만 아니라 다음, 파란 등 굵직한 온라인 업체들과도 계약해 연 매출 10억원대의 회사로 성장했다. 2005년 8월 정보기술(IT) 업체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에서 ‘전세’를 살다가 청와대 옆에 새 둥지를 마련했고, 올 1월에는 ‘정말필요한회사’라는 간판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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