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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월리스] 송곳 인터뷰의 명예로운 은퇴

등록 2006-03-24 00:00 수정 2020-05-03 04:24

▣ 정인환 기자/ 한겨레 국제부 inhwan@hani.co.kr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늙은 기자도 마찬가지다?’
보청기를 한 채 현장을 누비던 영원한 기자 마이크 월리스가 ‘마침내’ 현역에서 물러난다. 월리스는 미국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의 대명사 격인 ‘60분’의 터줏대감으로, 지난 1968년 첫 방송 때부터 무려 38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지켜왔다.
월리스는 지난 3월14일 개인 성명을 내어 은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여든여덟 살 생일이 다가오면서 특히 눈과 귀가 예전 같지 않아졌다”며 “이제는 뉴스거리를 찾기 위해 장시간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1918년 동부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난 그는 오는 5월9일 88번째 생일을 맞는다.


미시간대학에서 방송학을 전공한 뒤 1940년부터 라디오 기자 생활을 시작한 월리스는 해군 통신장교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1951년 처음으로 와 인연을 맺었다. 반세기가 넘는 언론인 생활 동안 존 케네디를 비롯한 미국 전직 대통령 7명이 그와 마주 앉았고, 덩샤오핑과 마누엘 노리에가, 안와르 사다트 등이 그의 송곳 인터뷰를 거쳤다. 1980년 이란 혁명 직후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면전에서 “당신을 미치광이 성직자라고 부르는 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15년 전부터는 심장박동 조절장치에 의존하게 됐지만 월리스는 최근까지도 전세계 뉴스 현장을 누벼왔다. 은퇴 발표 직후 의 간판 앵커 밥 시퍼와 한 인터뷰에서 월리스는 “전세계를 돌며 원하는 거의 모든 사람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충분한 방송 시간을 확보해 취재한 모든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왔다”며 “새로운 사실을 파헤쳐가는 엄청난 항해였다”고 회고했다.
은퇴와 함께 ‘명예 특파원’이란 직함을 얻게 된 그는 “회사 쪽에서 원하는 일이라면 ‘60분’이든 ‘저녁 뉴스’든 가리지 않고 취재하겠지만, 휴가는 좀더 길게 가질 것”이라며 웃었다. 그의 은퇴 결정으로 ‘60분’ 출연진 가운데 최고령자는 프로그램 끝 무렵에 논평을 하는 앤디 루니(87)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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