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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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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라, 님파, 아니타] 며느리 대학 가면 안되나요?

등록 2006-03-11 00:00 수정 2020-05-03 04:24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한국으로 시집와 전남 곡성에서 가정을 이뤄 살고 있는 ‘필리핀 출신 주부’ 3명이 3월2일 전남과학대 호텔조리학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카멜라(36·삼기면 원동리·사진 맨 왼쪽), 님파(28·곡성읍 읍내리·사진 가운데), 아니타(39·곡성읍 읍내리·사진 맨 오른쪽)가 그들이다.

필리핀에서 아니타는 대졸, 카멜라는 대학 중퇴, 님파는 고졸이다. 한국에 시집온 지 6∼7년 된 이들은 4∼7살 아이들을 두고 있다. 대학 입학을 이끈 김정숙 교수(전남과학대 호텔조리학과)는 “곡성군의 조그만 시골에 국제 이주결혼한 여성이 77명이나 된다. 대화도 문제이지만 이주여성이 한국 음식을 잘 못 만드는 것도 평상시에 시어머니하고 갈등을 빚는 원인이었다. 그래서 국제결혼한 지역 여성들을 위해 지난해 12주 과정의 ‘한국음식의 이해와 실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김치 담그는 법 등을 가르쳤는데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 3명은 2년간 대학에서 한식·양식·일식·중식·제빵 등 분야별 조리사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게 된다. 김 교수는 “농촌 이주결혼 여성들한테 취업해 일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우리 딸이 한국에 시집가서 대학 공부를 한다면 필리핀 부모도 무척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입학하려면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했다. 가장 큰 난관은 시어머니들이었다. 육아 문제는 같은 대학교 안에 있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면 되므로 시어머니한테 육아 부담이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시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중퇴, 고퇴인데 며느리를 대학 가르쳐놓으면 바람이 들어 가정 불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반대하기도 했다. 학교에서 전화를 걸면 시부모가 받아서 “나한테 말하세요. 그 아이 없어요” 하고 끊어버리기도 했다. 팍팍한 농촌 살림에 등록금도 문제였다. 농촌 이주결혼 여성은 남편보다는 주로 시어머니한테서 생활비를 타 쓰고 있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곡성군은 3학기 동안 이들한테 90만원씩 지원하고, 대학 쪽도 졸업 때까지 1인당 매 학기 200만원씩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결국 시부모와 남편들도 입학을 허락했고, 대학을 마칠 때까지 적극 돕기로 했다. 님파씨는 “필리핀에 있는 가족이 입학 소식을 들으면 크게 기뻐할 것”이라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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