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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민] <맘마미아>의 산을 넘어라

등록 2006-02-17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이학민(28)씨는 주목할 만한 뮤지컬 배우다. 2004년 <토요일밤의 열기>에서 앙상블로 데뷔한 뒤 이듬해 <지하철 1호선>에서 포인터 역으로 도약하더니 오는 6월부터는 대형 뮤지컬인 <맘마미아>에서 스카이 역을 맡게 됐다. 이런 ‘초고속 배역 업그레이드’는 이 동네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맘마미아>의 오디션은 외국 스태프들이 내한해 심사를 맡고 5일 동안의 강행군으로 이뤄진 ‘지옥의 오디션’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수백 명의 경쟁자들과 5일 동안 땀을 흘려야 했다.

이씨는 현재 서울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유린타운>에서 주인공 바비 스트롱 역을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시작된 이 작품은 ‘오줌마을’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독특한 상황 설정이 눈길을 끈다. 원작자인 그레그 커티스가 실제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체험이 소재가 되어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물 부족으로 황폐화된 도시에서 한 독점기업의 유료 급수만을 이용해야 하는 가상도시가 작품의 무대다.

서민들은 용변비를 낼 형편이 못 되는 까닭에 몰래 숲 속에서 볼일을 보지만 적발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유린타운’으로 보내진다. 얼핏 보면 가진 자의 억압과 못 가진 자의 반란의 단순한 대립 구도인 것 같지만, 찬찬히 보면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사이의 갈등 같은 복합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적절한 패러디와 유머 감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이 작품은 토니상 등을 받았다. 이씨는 이 작품에서 공공화장실의 요금징수원으로 회사 사장의 딸과 사랑에 빠지고 나중에는 잘못된 체제에 항거해 반란을 일으키는 주역이 된다.

이씨는 뮤지컬 배우의 매력이 뭐냐고 묻자, “관객 한명 한명이 작품 감상을 통해 자신의 평범한 삶을 되돌아보고 조금이라도 변화하는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맘마미아> 출연에 대해 “눈앞에 거대한 산이 하나 있는 느낌”이라며 “운동을 좋아하는 인물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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