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해마다 12월이면 관객을 찾는 극단 ‘증언’의 연극 <빈방 있습니까>(이하 빈방).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12월18일부터 열하루 동안 대학로에서 공연하며 <빈방>의 연륜을 25년으로 늘렸다. 나이만큼 작품의 내용도 풍성해졌다. 지난 1981년 서울 신촌의 민예소극장에서 40분짜리 단막극으로 출발한 작품이 지금은 1시간40분의 명실상부한 장편 연극으로 거듭났다. 이렇게 <빈방>이 나이테를 넓히는 동안 극단의 상임연출가 최종률(59·왼쪽에서 세 번째)씨의 머리에도 서리가 내렸다.
국내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 <마리아 마리아>가 지난 1월10일 올가을 미국 뉴욕 뮤지컬 시어터 페스티벌에 초청된 사실을 성대하게 알리는 동안 극단 증언의 <빈방> 배우와 스태프는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워싱턴·애틀랜타·시카고 등지를 순회하는 공연을 통해 태평양 건너에 감동을 전하려는 것이었다.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은 신진 배우들이 ‘1진’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웠다. 이들은 비자가 발급되면 2진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동화 같은 작품을 만들었어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자는 것이었지요. 그것이 25년 연속 공연을 기록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저도 <빈방>과 함께 살아온 셈이지요.” 최씨만 <빈방>과 더불어 지낸 것은 아니다. 20대 중반에 주인공 덕구 역을 맡았던 박재련(극단 대표)씨는 50대에 접어든 지금도 고등학생 덕구로 무대에 오른다. 젊은 배우들 틈에서 중년의 신사가 어색하지 않은 것은 덕구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사실 조그마한 극단에서 미국 순회 공연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극단 후원회원들의 도움에 기댈 수만도 없었다. 단원들이 자비를 내놓아야 했다. 이런 까닭에 미국 공연이 어딘가에서 멈출지도 모른다. “겨울에 접어들면 <빈방> 공연을 언제 하냐고 묻는 ‘빈방 마니아’들이 적지 않아요. <빈방> 데이트를 하던 젊은이가 자녀를 데리고 공연장에 오는 모습도 흔히 봅니다.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다면 미국 공연은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우리의 앞길을 예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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