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연탄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지 가져다 때세요.” 대구시 중구 남산3동사무소 입구에 ‘사랑의 연탄 창고’가 지난해 12월20일 문을 열었다. 가로 160cm, 세로 80cm 크기의 연탄 창고에는 항상 연탄 200여 장이 보관돼 있다. 연탄을 사서 땔 수 없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언제든지 연탄 창고를 찾아와 연탄을 가져갈 수 있다.
이 연탄 창고는 3동사무소 박희태 동장을 비롯해 동네 사람 몇 명이 모여 얘기하던 중 누군가 “예년에 비해 날씨가 하도 추워지고, 연탄값 아낀다고 춥게 지내는 동네 노인들이 많은데 연탄 창고를 만들어 누구나 가져가게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해서 시작됐다. 연탄 창고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연탄 창고 운영을 책임지는 동사무소 박준석(53) 사무장은 “남산3동에는 1장에 350원 하는 연탄을 살 돈이 없어 매서운 겨울 추위에도 난방을 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500여 명이 살고 있다”며 “많은 독지가들이 도와줘서 연탄 창고가 텅 비지 않고 항상 가득 채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는 많아야 하루 50장 정도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름값 인상 때문에 연탄을 때는 가구가 늘어난 탓인지 하루에 평균 200여 장씩 나가고 있다. 박 사무장은 “저녁이 되면 20∼30명의 동네 기초생활 수급자와 독거 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이 4∼10장씩 가져가 창고가 거의 비게 된다”며 “창고가 텅 비면 동사무소 근처에 있는 연탄 가게에서 구해 다시 200여 장을 채워넣고 있다”고 말했다. 연탄 창고는 이번 겨울 추위가 다 끝날 때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연탄 창고에는 누구나 연탄을 채워넣을 수 있다. 주로 남산3동 통합방위협의회와 인근 재개발업체 등 관내 단체와 기업체에서 연탄을 기증받아 연탄 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연탄 창고 소문이 퍼진 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사람들이 찾아와 연탄 살 돈을 놓고 가기도 하고, 폐지를 팔아 생활하는 사람이 연탄 150장을 기증하기도 했다(문의 053-661-3310).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새해 벌 많이 받으세요”…국힘 외면하는 설 민심
‘윤석열 친구’ 선관위 사무총장도 “부정 선거, 신이 아니고선 불가능”
이재명 vs 국힘 대선주자 초박빙…박근혜 탄핵 때와 다른 판세, 왜
전도사 “빨갱이 잡으러 법원 침투”…‘전광훈 영향’ 광폭 수사
윤석열 재판 최대 쟁점은 ‘그날의 지시’…수사 적법성도 다툴 듯
“내일 가족 보러 간댔는데…” 22살의 꿈, 컨베이어벨트에 끼였다
‘정년 이후 노동’에 임금삭감은 당연한가
법원 방화까지 시도한 10대 구속, 누구의 책임인가 [사설]
한반도 상공 ‘폭설 소용돌이’…설 연휴 30㎝ 쌓인다
경호처 직원들에 ‘윤석열 찬양’ 노래 시킨 건 “직장 내 괴롭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