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사람들에게 ‘조창원’(79)이라는 석 자는 어느 정도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1966년 10월 <조선일보> 사회부 이규태 기자가 <사상계>에 쓴 ‘소록도의 반란’이라는 르포 기사로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조씨는 5·16 쿠데타가 나던 1961년 9월, 35살의 나이(육군 대령·군의관)로 국립 소록도병원장에 임명돼 두 차례에 걸쳐 7년 동안 한센인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했다. 소설가 이청준의 대표작 <당신들의 천국>의 주인공 조백헌 대령도 그의 분신이다.
그렇지만 그는 시인이기도 했고, 화가이기도 했다. 조 원장은 “평생 동안 나를 괴롭혔던 한센인들의 굴곡진 역사가 펜을 들게 했고, 붓을 잡게 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소록도 한센인들로 구성된 축구팀을 이끌고 외지로 나갔던 그의 경험은 지난달 초 발간된 <소록도, 눈물의 노래>(오늘의문학사)라는 시집에 실린 ‘소록도 축구단’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형상화된다. “편견과 차별의 칼바람에 문신 찍힌 민들레가/ 전국 체전 출전을 위해/ 세월의 상처 스며든 녹동부두/ (중략)// 경찰은 총칼로 출전을 막고/ 숙박소들은 문을 닫고 거절했다/ 결승전 상대팀도/ 한센환자와의 시합을 거절했다.” 나중에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행복했던 때가 결승전에서 선취골 넣던 순간, 제일 낙담했던 때가 역전골 먹던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한센인 학살의 역사를 고발하는 수많은 그림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게 그린 그림을 모아 1995년 대전 시민회관에서 ‘소록도의 빛과 어둠’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그림 속에서 사람들은 찔리고, 피흘리고, 통곡하고, 스러지며 죽어가지만 거대한 살풀이와 난장을 거쳐 결국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기쁨을 맛본다. 그의 그림 속에서 ‘오마도 개선단’이라는 글자가 쓰인 북을 치며 난장을 이끄는 나이든 노인은 바로 조 원장 자신이다. 그는 “시와 그림에 대해서 전문적인 공부는 하지 못했고, 그저 나 혼자 좋아서 쓰고 그렸다”고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못한 그의 유화 40여 점은 일반에 공개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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