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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주] 풀뿌리 사회학교에서 저랑 함께 배워요

등록 2005-09-15 00:00 수정 2020-05-03 04:24

▣ 하정민 인턴기자 foolosophy@naver.com


‘중학교 1학년 때였지. 오후의 미술시간이었지.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그만 물감을 안 갖고 왔네. 그~ 래서 만화책을 봤네~. 선생님은 나를 보고 웃으며 빗자루를 가져오라네. 사랑의 매였다지만 내 가슴엔 상처만 남았네. 사랑을 주었다지만 내 가슴엔 증오만 남았네.’

김형주(25·가톨릭대 사회학과)씨가 작곡한 노래 <사랑의 매> 가사다. 김씨는 “좀 엉뚱하긴 했지만 나름대로는 미술시간이니까 그림이 있는 만화책을 봤던 것뿐인데 생각 없는 아이 취급받았던 상처가 아직도 남았다”고 작곡 배경을 설명한다. 그는 작곡 뒤 이 곡을 들고 고등학생들과 체벌에 관한 토론도 했다. 이전에 비해 무식한 체벌은 줄었지만 ‘수행평가 점수 깎일래, 맞을래?’라는 식의 치사한 사례들이 학생들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노래포럼’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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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이었던 김씨는 올해 초 문을 연 대안대학인 ‘신촌마포 풀뿌리 사회학교’에 입학했다. “평등한 대화를 중심으로 배움이 이뤄지는 점이 좋았어요. 특히 ‘대인관계가 어려우면 관계를 고민할 게 아니라 여행을 떠나봐라’는 식의 도인 같은 이신행 교수의 조언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동안 김씨가 이수한 과목은 정체성 찾기, 소로의 <월든> 등 대안적 삶을 다룬 책읽기와 토론 등이다. 가을 학기에는 ‘노래포럼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평소 즐기던 작곡을 통해 노래로 사회에 하고 싶은 얘기를 들려주고, 듣는 이들과 토론하는 작업이다. 김씨의 주된 화두는 ‘소외’다.

대안학교 입학 전 그는 심한 열등감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학점과 취업 문제가 얽혀 있어 진실한 관계를 맺기 힘든 사제 관계가 힘들었어요. 성적이란 잣대 하나로 늘 배제된다는 기분도 맛봤죠. 그런데 대안대학 생활이 대학 내내 심리상담 받았던 것보다 효과가 있었어요. 자존감을 되찾았고, 하고 싶은 일도 생겼어요.”

실험적인 대안대학 운영이 녹록지 않은 탓에 현재 전교생은 김씨 혼자다. ‘가르칠 이’들의 관심을 혼자 독차지하는 건 이제 그만했으면 한단다. 대안대학 ‘신촌마포 풀뿌리 사회학교’는 현재 ‘배울 이’를 수시 모집 중이다(pulbburi.c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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