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나림 인턴기자 rubyshoe@empal.com
외국 영화의 장례식 장면을 보면,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을 땅에 묻기 전에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어린 손녀는 관 속에 누워 있는 할아버지의 뺨에 뽀뽀를 하고, 딸은 아버지의 이마에 키스를 한다. 우리나라라면? ‘시체’한테 뽀뽀라니. 상상할 수도 없다.
“‘시체’는 무섭고 혐오스럽다고요?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와 함께 숨쉬었던 누군가의 부모고, 형제고, 친구입니다” 서울보건대학 장례지도학과 황규성 교수(35)는 우리나라의 ‘삭막한’ 장례 문화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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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장례 문화에서는 이별을 고하는 시간이 너무나 짧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죽은 이와 마주하는 건 염습할 때가 전부인데, 직접 염하는 사람들 외에 정작 가족들은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아이들은 아예 가까이 오지도 못한다.
그가 가르치는 ‘장례지도학’은 1999년에 처음 생겼다. 손상된 주검을 복구하는 ‘회복 기술’, 죽은 이의 마지막 모습을 예쁘게 꾸며주는 ‘시신 메이크업’ 등 변화하는 장례 문화 전반을 가르치는 학과다. 한양대 의대(해부학 전공)를 졸업한 그가 이곳에서 교편을 잡은 것은 서른살 때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읊는 의사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게 아닙니다. 산 사람을 돌보는 일 못지않게 죽은 사람을 잘 보내는 것도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했죠. 곱게 화장도 해주고, 생전에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고, 얼굴도 쓰다듬으며 ‘아름답게’ 작별해야 떠나는 자도, 남는 자도 평온할 수 있습니다.” 사고로 유족이 보기 괴로울 정도로 심각하게 손상된 주검의 경우, 골격과 피부를 복원하고 곱게 화장까지 해주면 유족들이 너무나 고마워한다고 한다.
“마지막 모습이 아름다우면, 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 아름다운 모습만 남는다”고 말하는 황 교수는 한달에 한번씩 학생들과 함께 ‘장례지도자선서’를 한다. ‘주검’이 아니라 ‘사람’을 마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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